이 기사는 2008년 11월 11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국내 외국환은행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매주 시행하고 있는 '스왑 경쟁 입찰 제도'의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외화를 공급하면서 실제 외화가 필요한 은행 뿐 아니라 차익 거래 목적으로 응찰에 나서는 세력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왑시장과 별개로 자금시장에서 형성되는 외화 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차익거래 '기회제공'
한국은행에 따르면 1차 스왑 경쟁입찰의 낙찰 스왑포인트는 -6.97원으로 절대금리로 환산할 경우 8.25% 수준이다. 당시 시장 스왑포인트(종가)를 환산한 금리 9.47%보다 1.22% 낮다.
2차와 3차 입찰에서도 마찬가지로 낙찰금리는 시장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은 데 대해 한은은 "현재 스왑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시장 정상화를 위해 더 좋은 조건으로 외화를 공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아 원래 스왑포인트는 플러스인 게 정상이다.
문제는 한은의 외화 금리 조건이 시장 금리보다 좋다 보니 이를 차익 거래의 기회로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한은에서 스왑 입찰로 외화를 받은 즉시 시장에다 내다 팔면 앉은 자리에서 바로 1%포인트 이상의 이익이 나는 셈. 한은의 외화를 공급받는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최근 외화자금시장에서 오버나잇 콜의 주된 공급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같은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외화자금 중개사 한 관계자는 "머니마켓에서 오퍼(외화 매도 주문)를 내는 쪽은 거의 로컬(국내) 은행"이라며 "외평기금과 외환보유고로 지원을 받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 사정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은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을 주로 받아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외국계 은행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국내 은행들이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오버나이트 자금 운용이 증가했는데 이 자금이 정부가 푼 외환보유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받아가서 그 돈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오버나이트로 돈장사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화 콜금리 견인 Vs 투명성 확보
한은의 낙찰 금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게 맞느냐는 데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쪽과 외화 콜금리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쪽이 맞선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차익거래 유인은 생기겠지만 정부의 금융시장 대책의 투명성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화자금 시장에서 3개월 만기 콜금리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한은의 스왑경쟁 낙찰금리가 기준이 돼 외화 자금시장 금리를 자연스레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외화 자금 만기 도래시 차환(롤오버) 금리가 훌쩍 오르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로부터 빌린 3개월 만기 외화 금리가 10% 수준에 이르고 있다. libor 기준으로 가산금리가 500bp를 훌쩍 넘어 롤오버 포기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외화자금시장에서 외화 3개월 콜금리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 이 기준이 한은의 스왑 낙찰금리가 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10%대 금리를 줘야 하는데 기존 차환의 롤오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낙찰금리를 밝히는 바람에 롤오버 금리에 대한 패를 대주(貸主: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미리 읽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의 이같은 하소연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비정상적인 국내 스왑시장에 대한 설명 등 대주와의 금리 협상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 한은을 탓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금리보다 낮은 한은 스왑 낙찰금리가 외화 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미 형성된 시장금리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는 것.
외국계 은행 한 관계자는 "지금 스왑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비정상적이어서 한은이 외화를 공급하고 있는데 롤오버시 자금을 빌려준 쪽에 이같은 상황에 대한 설명 노력과 설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왑시장에서는 외화 뿐 아니라 원화의 수급도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스왑시장에서 받든지 자금시장에서 받든지 어쨋든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 수준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FRB에 '실례(?)'
논란은 또 있다. 국내 경쟁입찰을 통해 은행들에게 공급한 외화를 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스왑으로 가져 와야 하는데 이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한은도 FRB와 스왑 금리를 놓고 어느 정도의 마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스왑에 대한 이론적인 의견 교환이나 실제 교환 방식에 대한 합의는 끝났지만 금리 문제를 놓고 추가적인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FRB와 스왑을 해서 가져오는 달러는 한은의 스왑 경쟁입찰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결국 FRB가 한은에 공급하는 외화 금리가 어느 정도 유추되는 것"이라며 "FRB의 정보가 간접적으로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FRB와의 스왑금리가 경쟁입찰 낙찰금리보다는 낮지만 어느 정도 낮은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FRB는 스왑 계약을 맺은 주요 국가들의 자국내 외화 공급에 대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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