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9년 02월 17일 10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주요 모델국가 중 하나인 호주는 2001년 모든 금융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규제를 푸는 금융서비스개혁법(Financial Services Reform Act)을 단행했다. 앞서 1986년 시작된 영국의 '금융대통합개혁안'의 성공을 모델로 삼은 호주판 금융 '빅뱅'이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전 금융산업을 통합하고, 투자자산에 대한 규제를 풀고, 투자자 보호정책을 강화한 이후 호주의 자본시장 관련 상품 거래는 급증했다. 2000년 419억 호주달러이던 증권시장 거래규모는 2004년 824억 호주달러로 2배 이상 성장했고, 펀드시장은 3.3배가 커졌다.
호주는 이제 세계 5위의 금융경쟁력을 갖춘 금융강국이면서 1조 달러의 펀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4위의 펀드대국이 되었다. 정부가 기대한 긍정적인 모습이다.
'빅뱅'보다 더 개혁적으로 평가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됐다. 자통법의 최고 수혜자는 단연 자산운용업계. 자통법으로 금융상품의 정의가 '포괄적 열거주의'로 바뀌면서 상품의 운용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판매채널 확대로 고객 접점이 증가해 펀드시장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몸을 사리고 있다. 그간 누적됐던 부실들을 수습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은 본격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이같은 처지에 놓은 이유는 실력없이 덩치만 키웠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최근 2~3년간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2000선을 돌파하는 등 활황장세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펀드로 돈이 몰렸다.
하지만 껍질을 한꺼풀만 벗겨내면 부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정적인 시그널은 수치와 현상을 통해 이미 확인되고 있다. 우선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은 급격히 둔화된 반면 자금의 정거장이라 불리는, 즉 언제든 회수될 수 있는 MMF 수탁고만 급격하게 늘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주식형펀드로의 자급 유입은 둔화됐다. 펀드수익률을 보면 지난해 순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운용기간 1년이 넘는 277개의 주식형펀드 모두 마이너스 성적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던 채권형펀드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부실자산을 편입하고 있던 채권펀드가 잇따라 환매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로운 대안투자로 각광받던 파생상품펀드와 실물펀드들도 부실이 속속 드러났다. 리먼브러더스 관련 ELF 등 파생상품펀드와 건설사 부실로 인한 부동산PF펀드 등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중소운용사들은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설립된 신생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는 이미 자본잠식이 예상된다. 특히 고유계정투자가 가능한 투자자문사들은 지난해 30%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돼 올 3월 결산 이후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해외시장 진출도 멈춰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싱가포르 법인을 청산한데 이어 본격적으로 해외법인 설립에 나섰던 삼성투신과 한국투신의 해외진출도 보류된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운용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며 "자통법이란 새로운 세계가 열렸지만 사실상 신규 자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현재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리스크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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