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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잉여현금흐름(FCF)'의 함정 FCF 산출방식 제각각..기준 통일 시급

황철 기자공개 2009-02-19 08:59:54

이 기사는 2009년 02월 19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금흐름(Cash Flow)은 기업 유동성을 파악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다. 기업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채권자·주주들이 가장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것 또한 현금흐름이다.

경기가 좋을 때야 손익계산서상 매출·이익 규모를 보는 것만으로 성공 투자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의 시대에는 미래현금창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현금흐름표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이다.

현금흐름중 기본은 영업현금흐름(CFO)이다. 기업이 일년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기준으로 얼마를 벌어 얼마를 쓰고 얼마를 남겼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영업현금흐름만으론 기업의 전체 유동성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소요되는 현금을 감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일 기업 현금흐름 (+), (-) 어느게 맞아?

이를 보완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다. FCF는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유·무형투자 비용)을 차감한 순수한 현금력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Free)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라면 미래의 투자나 채무상환에 쓸 재원이 늘어난 것이다. 반대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어디선가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신용평가사·증권업계·언론 등에서 기업가치를 분석할 때 곧잘 잉여현금흐름을 언급하곤 한다. 특히 신평사들은 FCF 변동을 각각의 평가보고서에 빠짐없이 기입하며, 신용도 측정의 중요한 척도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수치를 맹신하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동일한 기업이라도 평가사마다 내놓는 값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기업은 수천억원이나 차이가 나기도 하고, 금액은 적더라도 몇 갑절이나 부풀려지거나 줄기도 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속하는 S사를 예로 들어보자. 한신정평가에서는 2007년말 105억원, 지난해 9월말 -641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2007년말 이미 -498억원의 부(-)의 상태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말에는 -1620억원까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동일 기업의 현금흐름이 평가사별로 1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평가사마다 산출 방식 '제각각'

이유는 간단하다. FCF 산출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유·무형투자비용(자본적 지출)과 배당금을 차감하는 방법으로 FCF를 계산한다. 반면 한신정평가는 순영업현금흐름에서 영업관련투자순증액을 빼는 방식을 택한다.

영업관련 투자순증은 자본적 지출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유·무형 자산의 처분익이 실질적으로 양(+)의 값으로 반영된다. 이 대목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이미 743억원에 달한다. 또 한신정평가는 배당금 지출을 FCF 산출에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236억원의 격차가 생긴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기준을 NCF가 아닌 영업활동조달현금에 놓고, 자본적 지출을 차감해 FCF를 구한다. 또 유가증권 등 비영업자산 취득분을 뺀 FCF(비영업활동 포함)를 별도로 산출하고 있다. 여기서도 타 평가사와는 현격히 다른 값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단 신평사 뿐 아니라 증권업계, 기업 회계담당자 등이 내놓는 산출 공식과 결과도 각양각색이다. 모두 정식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FCF에 대한 명확한 회계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탓이다.

정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혼란이 아닐 수 없다. 평가자들이 편의와 목적에 따라 산출방식의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생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왜곡될 수 있고,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기업들이 잉여현금흐름에 후한 점수를 주는 평가사를 선택할 개연성 또한 존재한다.

일각에서 FCF 중심의 현금흐름표 도입 요구가 있어 왔지만 기업 회계담당자 등의 반대로 공론화에 실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평업계 기준 정립 '필요'

앞서 언급했듯 잉여현금흐름은 최근 기업 가치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평가자마다 공통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지표로서의 의미를 잃게 된다.

회계기준 변경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신평업계에서만은 통일된 공식을 내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잉여현금흐름을 기업 분석과 등급 산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이 아닌가.

특히나 신평사는 기업과 채권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들이 내놓는 신용평가는 주식 애널리스트의 투자 가이드와는 목적과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주가에 의한 시가총액은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한번 내려진 장·단기 신용등급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기업의 꼬리표로 남아 자금조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혹자는 사정 모르는 소리라 핀잔을 줄지 모르지만, 신평업계 3사가 한 자리에 모여 중지를 모은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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