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모방펀드만 줄줄이...손실 불가피 ③ 와인 한병 못산 와인펀드

김참 기자공개 2009-03-03 11:49:31

이 기사는 2009년 03월 03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해 설정한 '한국사모보르도파인와인2호'(설정액 21억5000만원).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을 편입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이 펀드는 설정 5개월 만에 27%의 수익을 냈다. 지금같은 시장 상황에서 대단한 수익률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펀드는 실제로 와인을 한병도 구매하지 못했다. 와인 구매를 위해 현지통화인 파운드화(런던거래소 라이벡스 지수를 보고 와인 구매)로 환전했지만 와인 가격이 급등해 펀드에 편입할 와인을 한병도 사지 못한 것. 대신 파운드화가 급등하면서 환차익으로만 수익을 올린 것이다. 어부지리로 얻어진 환차익이 아니었다면 돈을 그냥 놀릴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펀드 운용능력과는 무관하게 모든 상품을 갖춰놓고 보자는 욕심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부터 중국펀드, 브릭스펀드, 실물펀드, 파생상품펀드 등 한 상품이 뜨면 모든 자산운용사들이 뒤따라 비슷한 모방상품들을 출시하기 급급했다. 최근 글로벌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뒷북펀드들이 펀드상품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투자자들의 손실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0억 미만 펀드만 수두룩...해외펀드 위탁 해지 잇따라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사의 히트상품을 모방한 뒷북 상품들을 출시함에 따라 수탁고 100억원 미만 펀드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출시한 공모형펀드 132개중 52개가 수탁고 10억원 미만이다.

이들 펀드는 특정 종목을 10% 이상 편입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100억원 미만의 펀드들은 운용사의 주력 펀드에 밀려 거의 방치되거나 대형펀드의 포트폴리오와 비슷하게 운용된다.

처음 기획 당시의 운용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이미 출시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다 보니 특색없는 고만고만한 펀드로 남게된 것이다. 물론 국내펀드의 경우 어찌됐건 국내운용사들이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부담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해외펀드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펀드는 미래에셋운용 등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운용사와 펀드 위탁계약을 맺고 운용하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한화투신운용과 동양투신운용, 유리자산운용 등이 해외펀드 위탁운용사와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펀드 설립이 이뤄지다 보니 해외 위탁운용사와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것이다.

한화투신운용의 경우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주식투자신탁1호’의 위용탁운용사였던 SAM 서스테이너블 애셋 매니지먼트위탁운용과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007년 4월 설정당시부터 18개월 이내 운용자산이 5000만유로를 넘기지 못하면 운용을 중단하기로 계약이 됐기 때문이다. 이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약 800만 유로인 102억원 수준.

동양투신운용도 설정액이 1억원 안팎이던 `동양동유럽스타주식`과 `동양브릭스알파주식`을 위탁 운용해오던 프랑스의 나티식스와 계약을 해지했다. 유리자산운용은 `유리 글로벌노르딕 주식투자신탁`의 해외 위탁운용을 맡아오던 스웨덴 은행 한델스방켄과 계약 해지했다.

문제는 잇따른 위탁 해지로 국내운용사가 이들 펀드를 직접 운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해외펀드 운용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물론 현지 사정을 모르고 있어 투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특히 해외펀드들을 중심으로 수탁고 감소가 이뤄지고 있어, 이 같은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펀드 수탁고가 줄어들면서 해지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운용경험이 없는 운용사의 경우에는 펀드를 해지하거나 직접운용 할 전문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제력 벗어난 펀드...펀드 설정 의미 없어

와인펀드 처럼 운용 경험 미숙 등으로 인해 펀드자금을 집행하지 못하는 사례는 물론이고 시장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게 사모펀드인 아트펀드.

아트펀드는 2007년 유진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운용이 설정해 굿모닝신한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해왔다. 아트펀드는 미술품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연 15%의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설정 1년만에 미술품이 정부의 과세대상에 포함되면서 목표수익률 달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장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유진자산운용 관계자는 "미술품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작가와 해외작가의 가격차가 크고 미술품시장이 침체기에 있어 수익률은 내년 3월 펀드 만기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특별자산팀장은 "경기침체와 미술품 과세로 미술경매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 수익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운용사들이 통제력 밖에 있는 실물펀드 등에 욕심을 내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