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운용사, 부진한 성과 '입지 흔들' ② 해외펀드 대체상품 미비..국내주식 운용능력도 떨어져
이 기사는 2009년 02월 20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서 맥없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
2000년초 한국 진출 당시만 해도 우수한 펀드 상품과 투자 수익률로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의 줄을 세울 정도였으나 지금은 당시의 유명세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해외펀드 쏠림..현지화 등한시
외국계 운용사는 그동안 단순히 해외에서 운용되고 있는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창구역할에 그쳤다. 조직 구성도 마케팅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한 것이다.
명성에 걸맞게 초반 진출 성과는 좋았다. 중국시장 급등과 함께 일어난 해외펀드 붐으로 외국계 운용사들이 내놓은 해외상품들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순수 외국계 운용사의 해외펀드 수탁액은 지난해 6월 21조1922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위기가 터지자 실체는 곧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수익률이 급감하자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지난해 연초 대비 수익률이 50% 가까이 급락한 곳이 나오는 등 부진한 성과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외국계 운용사의 해외펀드 수탁액은 1월말 현재 19조4009억원으로 고점대비 1조8000억원 가량 줄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같은 기간 81조원에서 85조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부진한 해외펀드를 대신해 현 상황을 타개할 대안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식상할 정도로 해외 펀드만을 지속적으로 판매한 나머지 막상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투자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대체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사와 합작한 외국계운용사를 제외한 순수 외국계운용사가 출시한 국내주식형펀드는 지금까지 96개, 4조2108억원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국내주식형펀드가 1159개인 것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다.
지난해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던 채권형펀드나 파생상품·부동산펀드 등에서도 외국계 운용사의 활동은 미미하다.
전체 8조8588억원인 부동산펀드에서 외국계운용사가 설정한 펀드는 전무한 상황이며, 파생상품펀드 18조1565억원 중에서는 알리안츠GI운용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각각 647억원과 590억원을 설정한데 그쳤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해외펀드 판매에 집중함에 따라 결국 경기침체 시기의 유일한 돈맥으로 불리는 연기금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최근 주식형 위탁운용사를 선정한 노동부와 공무원연금의 투자풀을 보면 순수 외국계운용사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연기금들은 아직까지 국내 운용사에 대부분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즉 국내주식형펀드 운용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계운용사들이 선정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액이 300억원 이상인 자산운용사 대상으로 평균수익률 상위사를 조사한 결과 알리안츠운용이 -38.53%를 기록해 10위에 올라간 것이 외국계운용사의 최고 성적이다.
식어버린 성장엔진..자본시장법 수혜는 언감생심
시장에서는 외국계운용사의 성장엔진이 식어버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향후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순자산총액 감소가 심상치 않다. 이머징마켓시장의 상승세로 운용보수도 덩달아 급증했지만 결국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 여파를 가장 먼저 맞은 것.
특히 슈로더투신운용은1월말 기준으로 순자산총액이 6조3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2255억원)보다 무려 48%나 감소했다. 이어 피델리티자산운용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각각 47%, 44% 줄어들었다.
ING자산운용이 5.71% 증가했지만 2007년 6월 랜드마크자산운용과 합병한 걸 감안하면 실제로는 1조8165억원 줄어든 수치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역내펀드에 국한되면서 역외펀드 수탁액이 급속하게 감소한 것은 물론 차이나펀드와 브릭스펀드 등 대표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해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문제는 펀드수익률 회복과 자금유입 시점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 지속되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해외펀드 비과세 시한이 올해 말로 만료되면서 투자자를 유인할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상품 및 판매 채널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외국계 운용사의 대응 능력에 의구심이 높은게 현실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운용사들이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자본시장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계 운용사가 지난해말 10~20% 가량 인원감축을 실시하는 등 조직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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