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3월 30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신용등급을 줬다 뺏었다 다시 주는 해프닝을 벌였다. 지난 26일 하나은행이 정부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해외채권에 대한 예비 신용등급 얘기다.
이날 오전 10시 13분 피치는 돌연 하나은행 채권에 부여한 A+ 신용등급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해외채권 지급보증 확대로 등급을 다시 매겨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This follows an amendment to the guarantee such that Korean residents are now covered by it, so long as they acquire the notes in the secondary market.(피치의 예비등급 철회 발표문 中 발췌)
피치는 불과 5분만인 10시 18분 신용등급을 다시 부여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신용등급은 철회했던 바로 그 A+. 달라진 게 없었다.
피치는 등급 철회 발표문에서 '수정(amendment)'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정부의 지급보증 범위에 변동이 생겼으니 등급을 다시 매겨야 한다는 것.
내용인즉슨 국내 거주자들이 유통시장에서 하나은행 해외채권을 살 경우에도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급보증 범위가 바뀌었다면 신용평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물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부의 정책 수정은 없었다. 거주자들은 원래부터 유통시장에서 한국물을 살 수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보증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 여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간 참가 자격 등에서 정부 정책이 축소되거나 확대된 것은 없었다"며 "정부의 지급 보증 동의안에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하나은행, 일부 국제 신평사가 비거주자와 거주자의 보증 대상 구분을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하나은행 해외채권의 신용등급 확정과 채권 발행 공식 공표가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신평사들의 내부 등급 평정 기준에 따른 해석의 문제였다.
25일 스탠더드앤푸어스, 무디스와의 논쟁이 일단락되면서 하나은행은 정부 지급 보증으로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한다고 해외투자자들에게 공식 발표했다.
하나은행의 발행 추진 발표 후 이들 신평사들은 하나은행 해외채에 예비신용등급을 부여하고 해당 조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최초 등급 부여 당시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던 피치는 부랴부랴 코멘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피치가 등급 평정의 허술함을 고백하는 것일 뿐, 등급 철회 이유인 '수정'이란 단어가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찜찜한' 등급을 가지고 해외투자자들과 수억 달러의 외화차입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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