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5월 12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열기가 재점화되고 있다.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저축은행 위기의 진원지로 지적되는 PF대출을 다시 곁눈질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브릿지론 조달 현장. 전체 30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차입에 금융기관 20여 곳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본 PF도 아닌 토지 매입용 브릿지론 열기가 이처럼 달아오른 것을 놓고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주단 구성을 따져보니 금융기관 수가 늘어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축은행들이 PF 참여 의사를 밝힌 후 계열사들을 대거 끌어들여 공동으로 대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를 피해 PF대출 규모를 늘리려는 저축은행들의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꼼수를 쓰면서까지 저축은행이 PF대출에 다시 몰려드는 것에 대해 금융시장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마구잡이식으로 늘린 PF대출 부실 우려를 자산관리공사와 감독 기관이 나서 가까스로 진화해준 터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 탓에 1금융권은 물론 건설사들마저 저축은행의 PF대출 재개가 반갑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PF대출 위기설이 가시화된 이후로는 대주단에 저축은행이 포함되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저축은행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스크가 높은 사업으로 치부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PF사업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들로 대주단을 구성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시 저축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틀을 짜기도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저축은행이 참여한 PF사업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PF대출에 미련을 못 버리는 저축은행들도 할 말이 있다.
PF 외에는 고금리로 끌어 모은 자금을 운용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다. PF대출의 경우 대기업이 실질적인 차주인데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서는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PF 사업에 치중해 부동산 경기 하락에 너무 쉽게 노출됐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발굴하려는 노력 없이 또다시 PF에 올인한다면 제2, 제3의 PF발 위기가 언제든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사태와 PF 등 경제 위기 때마다 저축은행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때마다 저축은행들도 생존전략 모색에 힘썼지만 매번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위기 넘기기에 급급했다. 저축은행의 PF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지' 저축은행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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