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수출입銀·수보·서울보증 등, RG 최대 피해사 손보, RG 1조2869억원 중 3545억원 부실
이 기사는 2009년 07월 13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사에게 선수금은 유동성의 '젖줄'과 같았다. 선수금을 받아 배도 만들고 운영자금으로도 썼으며 심지어 M&A를 하는데도 썼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불황이 찾아오자 선수금은 조선사의 목을 노린 칼날로 변했다. 일부 신설 조선사와 부실 조선사는 선수금을 되돌려 줄 수도, 배를 만들어 넘길 수도 없었다.
조선사 선수금 부실은 금융권에 그대로 전가됐다. 조선사에 대해 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섰고, 은행은 RG에 대해 보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부실의 일부는 노출됐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부실이 추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부실 조선 사후처리로 베일벗은 RG손실
C&중공업, 진세조선, 녹봉조선 등 부실 조선사의 사후처리 진행으로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국내 금융회사들의 RG손실 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 국내 손해보험사다. 시중 은행들이 RG보험에 가입하며 부실의 대부분을 보험사에 넘겼던 것과 달리 수출입은행과 보증기관들은 부실을 자체적으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RG 총액은 약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같은 대형 조선사의 RG로 구성돼 있지만 일부 손실은 불가피하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5월과 8월 진세조선과 각각 8688만달러(자체부담 80%), 8760만달러(자체부담 40%) 등 총 1조7448만달러의 RG계약을 맺었다.
아직까진 RG콜이 들어오진 않은 상태지만 조선사가 부실화된 만큼 선수금을 모두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부산지점 등에서 관리하던 부실 조선사의 RG계약은 현재 본사 특수여신관리실로 넘어온 상태"라며 "시중은행과 달리 RG보험에 들고 있지 않아 부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보험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출보험공사는 C&중공업과 지난해 5월 1억920만달러의 RG계약을 단독으로 체결했다. 진세조선과 녹봉조선 RG도 각각 8760만 달러(자체부담 60%), 1276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도 녹봉조선 RG 734억원(선사 삼부해운, NB 바이킹)을 보유중이다. 이들 보증보험들의 RG계약은 모두 부실이 확실시된 상황으로, 하반기부터 손실처리된다.
손해보험사들도 총 보유 RG(1조2869억원)의 28%인 3545억원(환율 1274원 적용)이 부실화된 상태다.
◇에스크로 계좌 ·재보험 관리 부실에 손실 확대
손해보험사들의 RG보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은행 부실을 그대로 떠안은 상태에서 재보험 관리 미흡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해보험사들의 재보험이 정상적으로 가동했다면 손실규모는 1000억원을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크로 계좌 관리 소홀도 금융회사들의 손실을 키웠다. 일반적으로 선사가 선수금을 지급하면 금융회사들은 이를 에스크로 계좌에 넣고 선박건조 공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선수금을 지급한다.
부실 조선사들이 올해 1월 워크아웃 대상에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8월 체결된 RG의 선수금은 대부분 에스크로 계좌에 남아있어야 정상적이다.
하지만 부실 조선사의 사후처리 과정에서 일부 RG계약의 경우 에스크로 계좌에서 지급된 선수금이 선박건조 공정에 따라 지급되어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에스크로 계좌에서의 선수금 지급을 금융회사들이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보통 선사가 임명한 감독관의 판단으로 지급되는데 초과로 지급된 경우도 있어 채권단 회의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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