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5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 오바마가 상업은행의 프랍 트레이딩 (Proprietary trading)을 제한하겠다는 법안을 제안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초 원인이 주택가격 버블 붕괴에 따른 서브프라임 부실에서 출발했고, 이후 대형 투자은행들이 무리한 레버리지가 근본원인이라는 시각을 거쳐, 최종적으로 상업은행을 포함한 모든 대형금융기관들의 과도한 프랍 트레이딩과 보너스 시스템, 그리고 이에 따른 탐욕과 자본의 부적절한 배분으로 귀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은행의 대표적인 프랍 트레이딩은 외환, 채권, 주식 딜링을 통한 프랍 트레이딩이 있고, 투자은행은 PI(Principal Investment), 헤지펀드, PE(Private Equity)를 들 수 있다.
순수 트레이딩 부분의 프랍트레이딩은 시장규제 강화와 각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체계 확립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이번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아마도 헤지펀드와, PE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상업은행이든 투자은행이든 간에 제도권 금융기관은 정해진 룰과 영역, 그에 따른 액션이 일정 수준에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격투기로 따지자면 태권도나 유도의 체급별 경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헤지펀드나 PE는 무 체급 이종격투기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주 관심분야인 정형화된 외환 및 파생상품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헤지펀드 및 PE 등이 우회적으로 외환/파생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금융자본 계열로 있던 헤지펀드 및 PE의 활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이다.
앞서의 비유를 다시 들어보자면 현재는 태권도, 유도 선수가 자유롭게 이종격투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해당 종목에서 은퇴하지 않고서는 이종격투기 참여가 제한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조치가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 및 분석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안의 폭발력이나 그 진행과정이 전대 미문이라는 측면에서 그 영향을 섣불리 짐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규제 안이 국내 아파트 투기 근절대책과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 철학적 배경을 들 수 있겠다.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실물경제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기능이냐, 혹은 그 산업 자체로써 매우 중요한지의 여부이다. 아파트 투기근절대책도 비 주거목적의 아파트 소유는 투기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두 번째로, 정책적 수단을 들 수 있는데, 정책의 효과와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이 가장 유효한 수단임은 분명할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과열 국면에서 금리인상이 주요 수단이 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국내 아파트 투기 대책에서도 금리인상 카드는 처음에 사용되지 않았다. LTV(Loan to Value Ratio), DTI(Debt To Income) 등의 제도적인 카드가 먼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LTV, DTI는 다소 무리한 비유일 가능성도 있으나 오바마 금융정책에 비유하자면 LTV는 감독기능 강화에, DTI는 금번 프랍트레이딩 규제 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LTV는 다음 위기 국면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담보한다고 한다면, DTI는 과열국면의 시장을 매우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금번 오바마 정책도 이러한 점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DTI규제 이후에 국내 아파트 시장의 변화를 가지고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이 또한 무리한 비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다.
DTI 규제 이전에는 아파트를 불문하고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았다면, DTI 규제 이후에는 새 아파트 대비, 재건축 아파트가 타격을 받고, 6억 이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소형평형 대비 대형평수의 하락률이 높았으며, 중장기 적으로는 블루칩 아파트와 그 외의 아파트 가격에 차별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통화를 예로 들자면 향후 전망이 양호한 통화보다는 당장 펀더멘털의 개선이 뚜렷이 이루어지고 있는 통화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기축통화 보다는 실속 있는 이머징 통화의 가치가 높아질 확률이 높으며, 이머징 통화 내에서도 글로벌 달러 가치 등락에 따른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점점 더 통화별 차별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세가지 요인에 국내 원화를 적용해 본다면 다행히 대부분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지금까지 논의된 가정을 기반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을 전망해 본다면 금번 오바마 규제법안이 실제 집행될 경우에도 원달러 환율은 중장기 적으로 원화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지금까지의 비유나 가설이 맞는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학력 및 경력]
1990~94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졸업(경영학 부전공)
1996~00 한국외환銀 역삼동지점 기업금융, 외화자금부 외환딜러
2000~03 내쇼날 호주은행 Money Market 딜러, 외환딜러
2003~04 크레디 리요네은행(현 칼리옹) 외환딜러
2004~08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외환딜러, 파생상품 세일즈
2008년~ 현재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 Strategist 및 파생상품 트레이더
[기타경력]
2005 올해의 외환딜러(Korea Forex Club, 인터뱅크 부문)
2005~06 외횐시장협의회 전문위원
2007 IFID(International Fixed income & Derivatives, ICMA Centre)
자격증 취득
2006~ 현재 파이낸셜뉴스 부설 경제연구소 자문위원
2006~ 현재 신한은행 사내 교수(파생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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