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3월 24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호신용금고에서 시작한 A저축은행. 서울에만 다수 지점을 보유한 '괜찮은' 회사로 인정 받아 왔다. 2007년 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신고에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9%대의 BIS비율, 4%대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자랑하는 이른바 '88클럽'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부동산 PF대출 리스크가 가시화 되며 비운이 시작됐다.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대주주 불법대출까지 겹쳐 기관경고를 받았다.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2009년 3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랑하던 BIS비율은 3%대로 떨어졌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년전보다 6배나 오른 25%까지 치솟았다.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자 밖에 없다고 판단, 작년부터 회사 매각이 추진됐다. 그러나 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매각(Fire Sale)이 으레 그렇듯, 이 회사 매각도 순탄치 못했다.
외국계PEF와 국내 대형 증권 계열사가 인수를 검토했다. 입찰도 진행됐고 가격조건까지 어느 정도 맞췄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자금조달에서 난항을 겪어 인수가 무산됐다. 동종업계 저축은행들에게도 SOS를 보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또 다른 PEF운용사가 등장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가슴 졸이던 소액주주들도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정말 인수할 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축은행 M&A 구조상, 추후에 나설 확실한 전략적투자자(SI)없이는 투자수익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후보가 이 저축은행을 소매금융창구로 활용할 생각이 있다거나, 아니면 뒤에 숨은 기업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
그렇지 않다면 널리고 널린 저축은행 매물 중 하나를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PEF운용사들은 1년에도 수십개 매입대상을 검토하다가 내던진다. 게다가 이미 저축은행을 산 독립계 PEF들은 재미는 커녕, '땡처리'도 쉽지 않아 곤욕을 치루고 있다.
어쨌거나 A저축은행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 이 저축은행이 BIS비율 5%이상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000억원 이상. 이미 적기시정조치기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의미한 M&A가 진행 중이다"는 이유 하나로 간신히 유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외부에서 대규모 자본이 확충되는 게 감독당국으로서도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기 때문.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시간벌기용으로 매각진행 여부가 자꾸 외부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마저 나온다. 이번 매각협상도 결렬된다면 A저축은행은 또 한번 새 후보를 찾아 나설 것이란 의미도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A저축은행이 가장 두려워 했던 감독당국이 지금은 가장 믿고 기댈 곳이 됐다는 점이다.
몇차례 실사로 어느 정도 부실규모가 알려진 터라 원매자들이 A저축은행 인수에 겁을 먹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새 지점을 내게 해주겠다는 메리트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결국 누군가 나서서 부실확대 방지를 위해 인수후보를 종용(?)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하나로저축은행처럼 저축은행중앙회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출자승인이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권한을 가진 감독당국일지도 모른다. 정치권 이슈로까지 비화된 전일저축은행 파산사태의 재연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남이 저지른 부실을 막고자 또 다른 돈을 투입하라고 하는 것도 문제다.
충분한 기업가치 개선 계획이나 확고한 전략적투자자가 있다면 모를까. 오로지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대의명분에 투자자 돈을 투입하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체질개선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저축은행 회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웬만해서는 수익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미 발생한 부실을 해결하고자 또 다른 부실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 차라리 냉정한 시장질서에 맡기는 것이 저축은행 업계에는 보약일지도 모른다. A저축은행의 비애를 또 다른 회사의 비애로 확대시켜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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