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환율·밀값 하락에 '함박웃음' 2008·2009년 영업실적, 지옥과 천당···주식 저평가 지적도
이 기사는 2010년 05월 14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업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진 기업이 있다. 당기순손실은 1년 만에 사상 최대 이익으로 바뀌었고 잉여현금흐름은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7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현재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대한제분. 대한제분은 지난해 3693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과 더불어 45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원자재인 국제 소맥 가격(밀값)이 2008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제품가격은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 하락도 매출원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순익 546억 '사상최대'···일각 "제품값 제때 반영안해 폭리" 지적
지난해 대한제분은 사상최대인 546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1년 전인 2008년 1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수직상승 한 것.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억원에서 455억원으로, 에비타(EBITDA: 상각전 이익)는 141억원에서 592억원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 2007년과 2008년 -193억원과 -689억원에서 지난해 말 771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도 대한제분은 분기 최대 이익을 달성,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제분의 이 같은 실적향상은 국제 소맥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원재료인 소맥(밀)을 수입해 밀가루 등의 제품을 팔다보니 원재료 값에 따라 영업이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제분의 원맥수입가격은 지난 2008년 톤당 60만9737원에서 지난해 36만5885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소맥분(제품)판매 가격은 2008년 톤당 64만8048원에서 지난해 65만7100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특히 제품가격(9%)을 내리기 전인 9월까지는 소맥가격 하락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돌아왔다.
달러/원 환율 하락도 이익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환율은 지난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평균 1391원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1203원으로 하락했다. 올 1분기에는 더 떨어진 1143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봉기 연구위원은 "대한제분은 달러/원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다른 조건 동일), 영업이익률이 4.2%포인트 가량 개선된다"며 "국제 소맥가격하락까지 유지된다면 올해 영업이익률은 12%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제분이 원맥가격 하락에도 제품가격을 제때 내리지 않아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은 40%이상 하락했는데 제품가격 인하는 10%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로 제분업계도 원자재가격을 제품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제품가격 인상시기와 폭을 저울질하면서 이익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저평가 지적···안정적 재무구조+IFRS 수혜 가능
대한제분의 실적상승에 힘입어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안정된 재무구조에 수익성 개선까지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한제분의 부채비율은 25.53%로 업종 평균치인 122.41%를 크게 밑돌고 있다. 차입금은 668억원으로 보유 현금성자산(1015억원)보다 작으며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 역시 22.39%로 업종평균인 -1.24%를 크게 웃돈다. 차입금은 은행 유산스(Banker's Usance)등 원재료 수입을 위한 무역금융이 대부분이다.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지난 10년간(2000~2009년) 대한제분은 연평균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7.19%와 0.27%로 떨어졌지만 이외에는 모두 두 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만도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1.82%를, 영업이익률은 12.34%를 나타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도 주식 저평가의 이유로 꼽힌다. 연결대상인 자회사의 실적이 안정적인데다 보유하고 있는 토지 등의 자산재평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결대상인 대한싸이로, 대한사료공업, 한국유업의 매출액은 3624억원으로 대한제분 매출액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1929억원)도 대한제분의 42%에 해당돼 IFRS도입시 이익규모가 50%가량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자산재평가시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결기준 토지는 장부상 1009억원이지만 공시지가는 1588억원으로 더 큰 상태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IFRS를 도입해도 원가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어서 굳이 지금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IFRS도입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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