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銀, 내부등급법 외면..리스크관리 무관심? 경남·광주銀, 내부등급법 승인 신청
이 기사는 2010년 07월 16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도 바젤Ⅱ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은 올해 초 내부등급법 승인신청서를 제출했고, 광주은행은 연내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전북은행도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잡지 못한 상태다.
◇ 경남·광주銀, 내부등급법 승인 신청
15일 은행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올해 3월 초 금융감독원에 내부등급법 승인신청서를 제출해 1차 점검을 마쳤다. 경남은행은 감독당국의 개선 요청사항을 반영해 연내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승인은 이미 2005년 금감원에 제출한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다른 지방은행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해 작년부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 광주은행은 올 8월말쯤 내부등급법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연내 내부등급법 승인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을 경우 BIS자기자본비율 상승과 함께 내부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총자산 규모가 7조원에 불과한 전북은행도 김한 행장 취임 이후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은 최근 광주은행을 방문,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벤치마킹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향후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평가모형이나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며 "최소한 3년 내지 5년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아직까지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잡지 못한 상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표준방법과 내부등급법이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현 상태에서 내부등급법을 하더라도 (BIS비율 상승 등의) 실익이 없다"고 말해, 내부등급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부산은행도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은 생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혀, 현 시점에서 내부등급법 승인 추진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 내부등급법, 리스크관리의 척도
'내부등급법'이란 바젤Ⅱ에서 BIS비율을 산출할 때, 은행이 자체 추정한 리스크측정요소를 이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BIS협약에서는 대출자산 등의 신용리스크를 측정할 때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토록 했다. 하지만 바젤Ⅱ에서는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차등적용토록 하면서,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ECAI)의 신용등급을 이용하거나(표준방법) 은행 자체의 내부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등급법은 은행 자체적으로 부도율(PD)을 추정하는 기본내부등급법과, PD 외에 부도시손실률(LGD), 부도시익스포져(EAD), 유효만기(M)까지 내부 추정치를 사용할 수 있는 고급내부등급법으로 나뉜다.
은행이 신용리스크 측정을 위해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려면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은행의 내부 통계와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리스크를 측정하는 만큼, 감독당국의 사전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독당국은 PD 등의 통계 보유기간과 함께 리스크관리 부서의 독립성, 여신 승인 시 내부신용등급의 PD 활용도 등을 심사한다.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았다는 것은 그 만큼 내부 리스크관리 체제가 정비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 은행 가운데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은 곳은 시중은행(한국씨티은행 제외) 등 자산규모가 큰 9개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할 때 지방은행 자산규모 1·2위인 부산·대구은행이 내부등급법 준비에 소홀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올 3월말 현재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31조 8241억원, 29조 983억원으로 경남·광주·전북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이 많아 내부등급법 적용시 BIS비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내부등급법을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은 준비하는 데만 최소 2∼3년이 소요되고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은행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신청 여부는 개별 금융회사의 선택 사항이지만, 감독당국의 점검을 받게 되면 리스크관리가 업그레이드된다"면서 "덩치가 큰 은행이 내부등급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리스크관리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생존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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