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물출자만 고집하는 이유는? 통신사업 진출 선 긋기..와이브로 테스트베드 이용 전략
이 기사는 2010년 09월 28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 테마에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KMI테마'에 오른 디브이에스와 스템사이언스 등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와이브로 관련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조용하기만 하다.
KMI가 사업성과 자금동원력 등에서 의구심을 받고 있지만 국내 최대 자금동원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참여는 KMI의 든든한 우군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KMI에 800억원을 현물출자 하는 것 이외에 현금 출자는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자본시장과 이동통신 업계는 △삼성전자가 KMI 출자로 이동통신시장 진출로 해석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고 △KMI를 와이브로 테스트베드(test bed)로 활용하되 재무적 리스크는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와이브로 장비 공급이 목적
삼성전자는 KMI 출자가 SK텔레콤, KT, LG U+ 등 이통 3사와의 경쟁구도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자신들은 와이브로 장비 공급에만 주력할뿐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장비 공급에 초점을 맞춰 KT와 특수목적회사(SPC)인 와이브로투자회사(WIC)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3200억원 규모로 KT가 650억원을 출자해 최대주주이며, KB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KBIC제3호PEF'가 10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도 수백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WIC는 와이브로 장비 및 설비판매·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향후 삼성전자와 인텔은 WIC를 통해 KT에 와이브로 장비를 할부판매할 예정이다. KT 입장에서는 와이브로 장비를 구입해 판매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WIC의 설립으로 KT가 도입하는 와이브로 장비 물량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단순 구매에서 할부 구매로 바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KMI 현물출자를 고집하는 것이 KT의 와이브로 도입 물량 감소분을 KMI에서 메우려한다는 해석이다.
◇삼성, 세계통신규격 와이브로 채택에 사활
내년 전세계 통신규격 채택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KMI를 통해 한국시장을 와이브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준화 기구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는 2011년 말이나 2012년 상반기중에 와이브로와 LTE 중 하나를 통신 규격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와이브로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인텔 등이 주축이 돼 개발했고,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LTE는 노키아·에릭슨 등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세력의 대표주자로 와이브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특허료의 23% 가량을 챙기고 있다. 과거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 매년 수조원을 로얄티로 지급한 한국 입장에서도 와이브로의 채택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정부에서도 와이브로 채택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LTE는 와이브로에 비해 상용화가 1∼2년정도 뒤져있지만, 그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GSM-WCDMA 계보를 잇는 기술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과거 와이브로를 선택했던 사업자들이 LTE로 전환하면서 LTE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와이브로 사업자인 KT, SK텔레콤과 LG U+ 등이 2011년부터 4G 기반기술로 LTE 채택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도 LTE 기술 개발에 나서며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와이브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KMI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와이브로의 기술적 우위를 입증하고 상용화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금액이 들어간 와이브로 원천기술을 활용하고 글로벌 기술 표준화를 통해 수익성도 극대화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아직 사업 허가도 떨어지지 않은 KMI에 현금출자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초기에 와이브로 장비 공급에 주력하고 와이브로가 전세계 통신규격에 채택되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