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시공사 부도리스크, 관리형 토지신탁이 차단 부동산시장 침체 속 수요 급증..자금조달 전략에도 도움
이 기사는 2010년 10월 04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부도를 맞은 중견 건설사 A. 남양주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분양을 받은 개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양률이 100%에 가까웠지만 준공이 돼 입주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대한주택보증으로 넘어가 시간이 길게 지체될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 사업장은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관리형 토지신탁이 되고 있었다. 시공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특성이 알려진 후 개인들의 우려는 불식될 수 있었다. 내부 규정의 문제로 KB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를 대한토지신탁으로 넘겼지만 시공사를 대형건설사로 교체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후 이 사업은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관리형 토지신탁이 빛을 발한 케이스다.
관리형 토지신탁이 뭐길래..부도 리스크 절연
관리형 토지신탁이란 시행사의 토지를 신탁사가 위탁받아 사업의 주체가 되는 신탁 상품의 일종이다. 금융권과 수분양자 그리고 토지 소유자와 대주단의 자금 유출입을 전담하고 부동산 개발 사업 전반을 신탁사가 관리한다.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시행사와 금융권이 나눠 맡던 역할을 신탁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관리형 토지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토지라는 담보의 훼손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과거 시행사가 토지를 이용해 불법적인 행동을 했던 사례가 많았다. 2007년 대구 지역 한 아파트 사업장에서는 모 시행사가 대주단 몰래 땅을 팔아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신탁사가 소유하게 되면서 금융권과 시공사간 신뢰가 높아진다. 돈을 빌려준 대주단은 담보를 확실히 잡아두는 것이고 시공사는 보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열악한 시행사 신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도권의 신탁사 신용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시공사가 부도 나더라도 시공사 교체 작업을 신탁사가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정재후 KB부동산신탁 팀장은 "관리형 토지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사와 시행사 리스크를 해당 사업과 절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수요 급증..자금 조달 전략에도 도움
관리형 토지신탁이 최근 들어 조명을 받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와 시행사 부실이 허다한 상황에서 신탁사를 통한 개발 사업은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업계 위기가 닥친 지난해 관리형 토지신탁은 크게 늘어났다. 2008년 45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10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말 현재도 60건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신탁이 지난해 29건을 맡으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자금 조달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도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시공사들의 보증 부담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형 토지신탁을 통하면 시공사는 책임준공·분양을 하고 지급보증이나 연대보증 등 신용보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올초 SK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PF에서 SK건설은 시행사의 자금조달(유동화 회사: 블루아이제일차) 과정에서 신용보강을 하지 않았다. 관리형 토지신탁을 통해 채무 상환 스케줄이 정확히 관리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신탁사들
대형 건설사 위주로 토지신탁에 대한 수요는 많다. 신탁사가 자금조달까지 맡아야 하는 차입형 신탁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탁회사들이 무턱대고 적극적일 수만은 없다. 시공사와 시행사의 리스크가 오롯이 신탁사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 자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때문에 신탁사들은 수탁받는 사업에 대한 건전성 기준을 상당히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공사의 신용이 우량해야 하고 사업장의 분양률도 일정선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사업성 분석에 대한 노력은 기본이다.
정 팀장은 "시공사와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수분양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는 사회적 기능도 있지만 선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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