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1월 17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할 재무적투자자(FI) 선정 발표를 늦추는 배경을 놓고 후보들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예비 FI들과 협상을 사실상 완료하고 최종 투자제안서까지 받아놓았지만 발표를 차일피일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원하는 수준의 FI가 없거나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투자자 선정이 늦어질수록 인수 승인 역시 늦어진다. 승인이 한달 늦어질 때마다 치뤄야할 비용은 330억원씩 늘어난다.

◇ FI간 경쟁구도 형성 '실패'?

지난달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할 투자자 모집을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결과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증권사 등이 접수했다.

하나금융은 LOI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칼라일, 어피니티, 코쉐어캐피탈과 동양종금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6곳 모두를 숏리스트(예비후보자)에 올려놨다. 예비후보자간의 경쟁을 유도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그러나 경쟁 구도 형성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나금융의 기대치가 높아 협상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이탈했다. 하나금융이 제시한 수익률이나 구조 등으로는 PEF나 증권사에 투자자금을 댈 기관들의 요구 수준을 맞춰주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예상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며 "수익률이 낮아 딜 참여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어피니티, 리딩투자증권(IWL파트너스 컨소) 등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투자제안서 마감 직전에는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어피니티의 참여 포기설이 돌았고 칼라일의 경우 LOI만 제출하고 실제 투자에는 관심이 없는 허수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해외 PEF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협상은 A기관이 제시한 구조를 B기관에 제시해 이보다 낮은 투자 수익을 감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이 때문에 후보자들이 경쟁보다는 딜에 관심을 끊는 식이 됐다"고 말했다.

2~3군데 PEF만 남게 되자 하나금융이 쥘 수 있는 카드가 줄었다. 론스타가 떠난 자리를 다른 PEF로 대신한다는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하나금융이 예정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마지막까지 기대?

'안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이다. 하나금융은 장기로 투자할 FI라면 인수 금융에 참여시키겠다며 SI 유치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SI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예정됐던 12일 오후, 하나금융은 돌연 발표 연기를 예비후보들에게 통보했다. 이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담당한 경영진과 실무진이 홍콩 등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SI 유치에 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FI로 참여할 우선협상대상자 통보를 미뤘다는 것이다.

해외 IB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여전히 홍콩 등에서 SI를 찾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며 "FI 선정을 연기한 데는 SI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I의 투자 규모가 결정된 이후에 FI로부터 조달할 자금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늦춘 것이란 해석이다. 김 회장은 이달 초 범금융인 신년하례식에서 "SI 유치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SI 유치를 이유로 FI에게 투자 규모 축소를 요청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딜에 참여한 PEF 관계자는 "이미 투자 구조와 규모에 관한 논의를 사실상 마친 상황에서 딜 구조를 되돌려 재협상을 진행할 경우 외환은행 인수 대금 마련을 더 늦추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3월말까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주당 인수가를 매월 100원씩 높이기로 합의했다. 대금납부 시기가 4월로 넘어가면 329억원을, 5월로 넘어가면 658억원을 각각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