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인수 추진하는 이유는? 자체적 사업확장 한계...업계 2위와의 시너지 기대
이 기사는 2011년 05월 04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하 롯데)이 삼양식품(이하 삼양)의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롯데가 삼양 인수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라면시장에 진출한 롯데가 내부적 역량으로만 사업을 확장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롯데라면'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엔 '선배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 돌파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업계 2위 삼양의 인수합병(M&A)이 중요한 옵션으로 떠올랐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지난 1월 롯데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출발은 신선했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해 라면판매를 시작, 한달 만에 롯데마트에서 판매순위 기준으로 삼양라면을 제치는 고속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 갓 진입한 롯데가 철저한 과점체제를 뚫고 국내 라면시장에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에 직면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라면사업을 시작한 이상 '롯데'라는 네임밸류에 맞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보여야 했다. 언제까지 시장의 '마이너'로 머물 수는 없다. 특단의 조치를 통한 돌파구 모색이 절실했다.
이때부터 롯데는 라면업체 M&A를 검토했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69.3%, 삼양식품 13%, 오뚜기 10.5%, 한국야쿠르트 7.1% 등의 순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라면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업계 1위를 목표로 했을 것"이라며 "자체적으로만 사업을 진행해서는 농심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M&A를 추진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M&A 물망에 오른 곳은 업계 2위 삼양과 4위 한국야쿠르트의 라면·스낵사업부다. 롯데는 최근 두 업체에 대한 실사를 완료하고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와의 딜은 매각가격에 대한 입장차이가 커 현재 보류된 상태다.
롯데에게 삼양은 매력적인 인수후보다. 시장점유율이 13%에 달하기 때문이다.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하고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경우, 순식간에 농심을 위협할 수 있다. 롯데는 자체 분석을 통해 삼양 인수 후 시장점유율을 20% 중반대(롯데+삼양)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은 라면에 특화된 회사다. 라면매출이 전체매출액의 86.2%에 달한다. 이는 롯데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스낵·유제품 등 다른 사업부를 묶어서 매입, 대규모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3위와 4위인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이 주력사업이 아니다. 이들과 M&A를 진행할 경우 사업부를 분할매입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부라는 안전막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인수 이후 불거질 수도 있다.
삼양이 라면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점도 롯데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현재 삼양의 시가총액은 1800억원 수준. 시가기준으로 계산하면 대주주의 지분은 1000억원 정도다. 오뚜기의 경우 시가총액만 4550억원을 상회한다.
물론 롯데가 삼양을 인수할 경우 지분 매입자금 이외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 △라면업계의 과점체제 △삼양의 업계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100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M&A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2000억원대에 매입하고 싶어하고 삼양은 최소 3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여기서 수백억원의 괴리가 발생한다"면서도 "롯데가 추가비용을 지불하고도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가격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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