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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장 회장, 48년 지킨 삼양라면 매각할까? 업계 2위 수성에 대한 부담감 ...지금이 매각 최적기

오동혁 기자공개 2011-05-04 15:55:55

이 기사는 2011년 05월 04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이하 삼양) 전인장 회장은 그동안 라면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부친으로부터 이어받은 '원조'에 대한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몇 차례 기업매각 기회가 왔을 때도 라면사업에 대한 전 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최근 전 회장의 심경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업계 2위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부터다. 농심-오뚜기-야쿠르트의 샌드위치 마크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식품업계 공룡 '롯데'의 등장은 결정적이었다.

삼양식품은 현재 사업을 지속하느냐, 매각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다양한 리스크를 지고 사업을 이어나가기 보다는 적당한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기업을 매각할 필요가 생겼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전 회장이 롯데그룹(이하 롯데)으로의 기업매각을 검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은 지난 1961년 6월 설립됐다. 1963년 삼양라면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대량 생산·판매했다. 이후 라면시장의 성장과 함께 회사도 사세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1989년 우지파동을 겪으며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결국 1998년 외환위기 때 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부도처리, 화의를 신청했다. 2005년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28.7%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공제회의 지분 전량은 2008년 전인장 회장이 삼양농수산을 통해 559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단가는 2만9500원. 이때부터 전 회장은 삼양식품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라면사업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회사 정상화' 및 '경영권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전 회장은 이후 큰 고민에 빠졌다. 업계 2위 유지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힘든 시기를 거치는 동안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그 격차를 다시 회복하는게 어려웠다. 시장점유율은 어느새 13%로 주저앉았다. 3위 오뚜기와의 격차가 2.5% 포인트로 줄었다. 안성탕면, 신라면, 짜파게티 등 인기상품에 힘입어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농심의 벽은 더 이상 넘을 수 없었다.

라면전문 회사인 삼양은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에 민감했다. 반면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경쟁사들은 라면사업부가 주력 사업이 아니다. 매출구조가 다양해 원재료 가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삼양은 '삼양라면'의 브랜드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광고비용이 만만찮다.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59억원을 투입했다. 이 기간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는 각각 376억원, 509억원을 썼다. 지출을 늘려도 공룡들과 경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삼양이 사업을 지속하려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거나 최소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절감, 마케팅 확대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면업계 1위를 노리는 롯데의 추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업계는 삼양 전인장 회장이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면 지금이 최적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가 라면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인수대상을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2위라는 메리트를 인정받아 높은 가격에 기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 경우 시장점유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롯데의 라면사업부가 성장해 피인수대상으로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혹여 롯데가 삼양과의 딜을 포기하고 한국야쿠르트 라면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문제는 커진다. 딜이 물건너 가는 것은 물론, 업계 2위자리를 바로 반납할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전인장 회장 입장에선 롯데가 다른 딜을 선택해 라면시장에서 신흥강자로 부상하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롯데로의 매각을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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