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합병좌절, SPAC '해뜰날' 언제쯤 6개 스팩 합병결의 발표...합병 완료한 곳은 2군데뿐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7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합병만이 유일한 목적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정작 합병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스팩 자체에 대한 무관심 탓에 대상기업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거래소의 미승인, 고평가 논란 등으로 인해 합병이 도중에 틀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합병 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증시의 하락세로 인해 기업공개(IPO)가 주춤하면서 스팩이 대체투자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승인, 고평가 논란 등…합병 쉽지 않아
22개의 상장 스팩 가운데 합병 결의를 발표한 곳은 모두 6곳. 이 중 합병을 완료한 스팩은 HMC아이비제1호, 신영해피투모로우 등 단 두 곳뿐이다.
지난 3월 가장 먼저 합병결의를 발표했던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은 합병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주주들이 지적했던 썬텔의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대신스팩은 지난 6월 주주총회를 한차례 연기했다. 썬텔의 밸류에이션을 문제삼은 주주들이 대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신 측은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썬텔의 밸류에이션 하향조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썬텔 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고 오는 25일 열릴 주총에서도 합병승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부국퓨쳐스타즈스팩은 거래소의 미승인 판정 이후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 방위산업체인 프롬투정보통신의 정보 투명성이 낮다는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가운데 합병예비심사에서 탈락한 첫 사례였다.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판정이 나오면 재청구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스팩의 경우 미승인을 받으면 합병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국스팩 측 관계자는 "거래소의 심사를 받는 동안 스팩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재청구를 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국스팩은 합병을 발표했을 당시 주가 기준으로 산정한 주식매수청구가격이 공모가보다 낮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매수청구가격을 공모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거래소의 심사결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밖에 교보KTB스팩은 제닉 측의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결의를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남겼다. 하이제1호스팩과 엠에너지는 거래소의 합병심사를 받고 있다.
저조한 합병 분위기는 신규 스팩의 상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딩밸류, 한양BHE, LIG마스터 등 올해 상장에 나섰던 스팩은 모두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지나치게 저조했다는 게 주원인이었다.
스팩 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합병으로 인한 엑시트가 활발하지 않아 더이상 스팩 주식을 담을 여력이 없다"며 "새로운 스팩이 등장하고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존 스팩의 합병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IPO 주춤, SPAC의 때가 왔건만...
침울했던 스팩 시장에도 한줄기 빛이 비쳤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IPO 시장이 주춤할 거라는 예상이 강해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스팩과의 합병이 대체 상장 도구로서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면서 스팩이라는 제도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IPO를 하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스팩과의 합병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스팩은 밸류에이션 산정과 관련된 규정이 IPO에 비해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증시가 좋을 때는 이러한 특성이 단점으로 작용했지만 증시가 가라앉았을 때는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IPO는 비교대상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따른 변동성이 큰 편이서 약세장에서는 다소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스팩과의 합병은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거래소의 예비심사와 주주의 승인만으로 합병이 이루어진다. 상장을 통해 이미 자금을 모아뒀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기업 측에 수혈할 수 있다. 공모 절차를 거쳐야 하는 IPO에 비해 증시에 대한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문제는 스팩에 대한 관심이다. 스팩 시장 자체가 워낙 침체된 상태여서 시장 분위기가 뒷받쳐준다 하더라도 섣불리 활성화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렵게 합병대상기업을 찾았어도 대신스팩과 부국스팩의 사례처럼 합병이 중간에서 틀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스팩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여서 증시가 약세일 때 스팩이 살아난다고 확실하게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스팩 담당자들은 지속적으로 합병을 시도하고, 투자자들은 IPO와 스팩을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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