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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발, 삼호와는 다른가 대림산업 '제한적' 지원‥용인·방배 사업 발목

이승우 기자공개 2011-10-26 08:42:10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6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호가 예상과 달리 재무상태가 계속 나빠진다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주주들에게 자회사로 인한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

리먼 사태가 터지고 대림산업조차 부도설이 돌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던 2008년 10월 비공개 투자자 설명회(IR). 김진서 당시 재무담당 상무는 결연했다.

당시 대림산업의 입장은 명료했다. 계열사 중 고려개발은 살리고 삼호는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PF 문제로 삼호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림산업은 그 후에도 자금 지원 사업장 인수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삼호를 지원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휘말려 삼호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림산업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고려개발은 1500억원 규모의 지원(담보부대출)을 모기업으로부터 받아냈다. 대림산업은 15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의 후방 지원으로 여전히 후원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고려개발에 대한 크레딧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대림산업의 지원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지만 고려개발 자체의 상환능력은 현재 신용등급(A-)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다시 찾아 온 경제위기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삼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2009년, 고려개발 몸의 일부·삼호는 꼬리였다

대림그룹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내외. 고려개발과 삼호 뿐 아니라 대림C&S가 있다. 그 중 고려개발은 토목에, 삼호는 주택에 주력하는 건설 계열사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고려개발의 토목 매출 비중은 60~70%선이다. 나머지는 자체 혹은 관급 건축사업이다. 삼호는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에 달했다.

토목 공사는 업계간 치열한 경쟁으로 마진율이 낮지만 대부분 관급 공사 등 발주처가 안정적인 곳이어서 꾸준히 현금이 유입된다. 반면 주택 사업은 경기가 좋지않을 경우 사업이 중단되면서 현금 대신 반대로 금융비용을 증가시켰다. 삼호의 세전 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 2009년말 1.9배로 떨어졌고 올 1분기말 현재 -1.2배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금융비용으로 나가는 게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은 2009년 380%에서 올 1분기말 500%를 넘어선 상태다.

결국 대림산업은 끌어안고 같이 갈 계열사로 고려개발을 선택했다. 대림 스스로도 주택사업에서 부진함을 면치 못하던 상황이었기에 삼호까지 챙길만한 여력이 없었다.

1500억원 규모 고려개발에 대한 대여금은 같은 선상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지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고려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SOC 지분을 담보로 하고 있으나 독자 생존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1500억 담보 대출+알파

대여금 1500억원은 일종의 크레딧라인(credit line)이다. 현재 한도 잔액은 300억원으로 언제든 더 빼내서 쓸 수 있는 돈이다. 대림산업은 이외 지난 2009년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일반공모로 진행돼 참여율은 저조했다.

현재까지 보면 재무적 지원이 크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사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후방 지원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대형 건설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여러 각도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대림산업측은 설명한다.

지난해말 금융약정(1조1000억원 규모) 체결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궤도에 올라선 수원-광명 고속도로의 경우 대림산업과 고려개발이 같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우건설과 두산건설 포스코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려개발이 건설주관사(CI) 자리를 따냈다. 대림산업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규모로 보면 대림산업이 주관사가 돼야 하지만 고려개발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며 "주관사로 역할을 하게 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림산업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뿐 아니라 광명경전철 사업 등 보이지 않는 간접 지원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대림산업 역시도 현금 흐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7~8%대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이 5.3%(작년말 기준) 수준으로 떨어져 있고 차입금 대비 세전이익(EBITDA)도 감소 추세다. 부채비율도 100%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대림산업 스스로를 확실히 추스르는 게 우선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고려개발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또 다시 닥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삼호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부실 사업장과의 사투

고려개발의 재무제표가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 수준으로 2007년 8000억원대에 비하면 30% 가량 급감한 상태다. 당기순익 감소로 잉여 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고 차입금은 4000억원대로 높은 수준이다.

미수금 감소는 시행사 채무 인수를 통한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단기대여금과 단기차입금이 늘어나고 있다. 서초 방배 PF 사업의 시행사 채무를 대신 상환해줬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로부터 단기차입을 통해 시행사에 대여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채무 인수로 볼 수 있다.

올 2분기중 2000억원 가량을 시행사에 대여(일부 결제계좌에서 상환)했다. 이어 3분기에 남은 950억원을 상환했다. 지난 1분기 고려개발의 PF 잔액은 7116억원이었고 2분기말 5216억원이었는데 서초 방배동 사업 채무인수 영향으로 분석된다. 6월말 현재 단기대여금은 237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폭증했다. 단기차입금 역시 올 6월말 현재 1713억원으로 전년말 119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고려개발 관계자는 "차주는 여전히 방배동 PF 사업 시행사여서 채무인수를 했다고는 볼 수 없으나 단기차입을 통해 대여금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 PF를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다.

PF 규모가 2600억원에 달했던 서초 방배 아파트 사업은 토지 매입과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사업을 아예 접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 사업장은 용인 성복 1·2차 아파트 PF. 이 사업장의 PF 우발채무가 고려개발 전체 PF 잔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3600억원에 달한다. 도급액 2800억원을 훌쩍 웃돈다. 그동안 고려개발이 했던 PF 사업중 가장 큰 규모로 소형 위주로 바꾸어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자금 지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업장으로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용인 성복 PF의 경우 고려개발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게 사실"이라며 "1500억원 지원 역시 이 사업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직 착공전 사업인 구미 봉곡 PF는 연내 매각을 통해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하락하는 신용등급, 급반전 어려워

이런 와중에 PF 자금과 차입금 만기는 계속 도래한다. 오는 10월 용인 성복 PF 36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3월 683억원(P-CBO)과 4월 5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장기차입금은 804억원으로 대림산업 대여금이 대부분이다.

PF 사업외 매출 비중이 높은 토목 분야에서의 급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광명 경전철 사업과 우이-신설 경전철 등 민자 사업, 별교 회천 하수처리장, 서울지하철702 공구 등의 수주로 연간 4000억원 내외의 매출이 기대되나 이익률이 높지 않다. 지난 2006년 87.6%였던 토목 부문 원가율은 2007년 91.3%까지 상승했다. 업계간 치열한 수주 경쟁 때문이다. 현재도 90% 내외의 원가율이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고려개발 회사채에 대해 디스카운트와 함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림산업의 지원을 배제할 경우 신용등급 두단계 하락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NICE신용평가는 고려개발의 신용등급을 BBB+로 낮추고 하향 검토대상에 올려 놓았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등급 하락은 예견됐다. 회사채 시장에서 이미 BBB급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 민간채권평가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3년 만기 기준 고려개발 회사채의 민평 금리는 7.7% 수준이었다. 같은 A-급 채권들로 구성된 테이블 금리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BBB+ 민평금리 7.7%대와 같은 수준으로 채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던 것이다.

은행권이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사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개발 관계자는 "만기가 되자 A은행은 4%대이던 금리를 무려 15%까지 높이더라"며 "A은행이 그렇게 나오자 7~8%대를 불렀던 다른 은행들도 결국 요구 금리 수준을 다시 높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반면 현금성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SOC 지분과 국공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면 현금성 자산이 1200억원 정도가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로만 판단하자면 대림산업의 고려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자생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역시 삼호와 같은 상황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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