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스팩, 매도타이밍 아냐' 청산시 원금과 이자수익률 보장...장기적 관점 필요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2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합병 무산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스팩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동부자산운용이 스팩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9월 중 현대드림투게더스팩의 주식 7만5044주를 7차례에 걸쳐 처분했다. 지분율은 6.78%에서 4.57%로 낮아졌다. 한화SV명장제1호스팩과 교보KTB스팩에 대해서도 각각 1만2418주(0.29%), 10만6802주(1.58%)를 처분했다.
우리스팩1호와 신한제1호스팩에 대해서도 9월 들어 각각 11차례씩 소량 매도가 이어졌다. 두 스팩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16.81%, 17.45%로 떨어졌다.
또 히든챔피언제1호스팩의 주식 6만8370주(0.42%)를 장내에서 처분, 지분율을 18.54%로 줄였다. 동양밸류오션스팩에 대해선 4만3775주(0.89%)를 처분했다. 이밖에도 미래에셋제1호스팩, 대우증권스팩 등에 대한 매도가 줄을 이었다.
◇스팩은 장기 상품...'현재는 매도타이밍 아냐'
일각에서는 스팩에 실망한 동부자산운용이 주식 매도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앞서 부국스팩과 하이스팩이 거래소의 합병예비심사에서 연달아 미승인 판정을 받으면서 합병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의한 대응일 뿐 스팩펀드 운용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처음으로 스팩 펀드를 조성했을 정도로 관심이 컸던 만큼 제도 개선과 수익률 회복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독 당국에 스팩의 제도적인 보완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들도 "스팩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상품"이라며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아닌 이상 굳이 스팩 주식을 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팩 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동부·유진·ktb·현대자산운용 등 모두 4곳이다. 스팩 펀드가 대부분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것과 달리 동부자산운용의 스팩펀드는 상당수가 개방형이다. 어느 시점에서든 환매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부자산운용의 매도 물량이 유독 많다는 설명이다.
폐쇄형으로 가입했더라도 단독 수익자인 경우 펀드를 해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팩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에 펀드 해지와 관련된 문의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은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되어있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100% 예치를 약속하고 있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해 청산하더라도 원금과 이자 수익률은 보장받는 구조다. 지금처럼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있을 때 주식을 매입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스팩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거나 매도하지는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거래정지, 부족한 공시제도 등 지적
다만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해선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스팩의 주식은 합병결의 직후 매매거래정지에 돌입한다. 합병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주식을 살 사람의 관심은 낮아지고, 팔 사람의 관심만 유지되기 때문에 매매거래 정지가 풀리면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피합병기업의 실적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알톤스포츠를 검색하면 나오는 반기 보고서는 이 기업의 것이 아니라 신영스팩의 것이다. 영업이익이 전혀 없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합병 이전에 작성된 알톤스포츠의 실적은 지난해 것까지만 공개되어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최근 실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HMC제1호스팩과 합병한 화신정공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업실적에 관한 전망치를 공시했다.
스팩펀드를 운용하는 관계자는 "스팩과 합병한 화신정공, 알톤스포츠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를 진행했는데, 최근 시장의 평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소수의 관심사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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