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에 날아든 신용등급 하향 경고장 한기평, 선수금 포함시 차입금 과다…부채 축소 의지도 떨어져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2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조선해양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졌다. 3년만에 다시 찾아 온 위기로 조선업 경기의 재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만기도래할 대부분의 차입금을 순조롭게 상환할 수 있을 지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회사측의 차입금 축소 의지도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하이닉스 등 초대형 M&A에 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리거나 도전장을 내는 등 내핍보다는 확장에 주력해 채권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 한진중공업과 STX조선, Big5에서 탈락…전망 '매우 흐림'
한국기업평가는 21일 개최한 크레딧 세미나 '연속된 위기 속에서의 조선업 회고와 전망'에서 "조선업계가 Big3(현대중공업계열,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와 Non Big3(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SPP조선)로 양극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의 경우 내년 이후 실적둔화, 생사기로에 선 성동조선 등과의 치열한 수주경쟁, 예상되는 리스크와 요구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계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전 Big5에서 탈락한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의 경우 내년 수주물량의 급감이 예상되고 조선경기가 최악이던 지난 2009년 초저가에 수주한 선박들이 건조될 예정이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율적인 기업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성동조선과 SPP조선이 죽기살기로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의 경우 이들 Non Big3만의 수주 점유율을 비교하면 성동조선이 47%로 한진중공업(9%) STX조선(31%)을 오히려 앞선 상황이다.
한진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지난해 1조7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었다. STX조선해양은 3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성동조선은 1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정상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견조선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성동과 SPP는 기업 생존이 걸려 있어 적극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며 "경쟁 심화는 저선가 수주 지속으로 이어져 사업역량 자체의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차입금 많고 유동성은 없고…어렵기는 두 회사가 마찬가지
한진중공업의 총차입금(연결기준)은 6월말 현재 3조6498억원에 이른다. 4조원을 넘겼던 2009년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차입금의존도가 50%에 달하는 과중한 수준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신용등급 'A'를 충족시키려면 차입금의존도가 30~39.9%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최소 7000억원 이상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사 자체로는 조선부문 영도사업장 조정에 따른 비용통제 부담, HHIC-PHIL로는 신규수주 추가확보 필요성 등 변수가 공존해 계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STX조선해양도 2008~2009년 차입금이 폭증한 후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외부자금을 단기차입으로 조달하고 있다. 호황인 시절에는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으로 회사가 장기차입보다 단기차입을 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국면이다.
D자산운용사 크레딧 운용역은 "STX조선해양은 금융위기 전 중국 대련에서 투하자금 회수가 조기에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단기자금 위주로 적극적인 자금조달에 나섰다"며 "CP, 유전스, 단기사채 등의 비중이 높을 경우 시장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단기성 재원 중 비정책성자금과 단기사채는 신인도 변화 등 내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유동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시황부진으로 매출채권·선수금 위주 운전자본 부담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과중한 차입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진중공업보다 STX조선해양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은 이유
한기평은 이날 조선업 평가방법론에서 기존에 현금으로만 반영했던 선수금을 차입금으로 보고 평가요소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활황기처럼 선수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금으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선수금은 차입금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 같은 방법론의 변화는 STX조선해양에게 치명적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적어 대부분 선수금이 차입금에 가산된다. 실제로 선수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차입성 선수금'을 총차입금에 가산할 경우 차입금의존도나 현금흐름/차입금 등 각종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된다.
실제로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선수금을 반영하지 않으면 30% 전후를 지속하고 있어 신용등급 'A'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한다. 그러나 선수금을 반영하면 40%대 후반으로 치솟는다. 선수금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이 15% 내외로 낮아 이 역시 BBB등급 수준이다.
재무지표로는 한진중공업이나 STX조선해양 모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한국기업평가가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재무정책에 큰 차별성을 부여하고 있다.
정 수석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이 제시하고 있는 재무구조개선계획 중 HHIC-PHIL로부터의 운전자금 경감, 모기업이 보유중인 토지 매각 등은 나름대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최근 2년간 큰 폭은 아니지만 차입부담 완화를 위한 단계적 노력을 신용평가 등 시장에 알리고 비교적 충실히 수행해온 점을 고려할 때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중공업은 시가 400억원 상당의 서울 상계동 토지, 1251억원 울산 사업장을 매각하고 1조원으로 추정되는 인천 율도지역 토지역시 일부는 매각, 일부는 개발해 현금화할 계획이다.
반면 STX조선에 대해서는 차입금 축소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차입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는 평가사와 달리 3조원 내외의 차입금을 유지하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보의 투명성도 신용도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중국 대련 종합기지내 여러 법인이 존재하고 그 중 일부 핵심 자회사가 연결기준 재무정보에 빠져 있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등 초대형 M&A에 인수후보로 이름이 등장하는 것도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채권자는 STX그룹이 해운과 조선 등 본업에 집중해 현금을 창출하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회사가 신경을 덜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 수석은 "한진중공업의 경우 시간을 두고 회사의 차입금 감축 노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STX조선해양의 경우 당장 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아니고 조선경기 침체 가능성, 경쟁구도의 변화, 차입금 축소에 대한 요구 등 여러가지 리스크요인에 대한 검토, 회사와의 교섭을 통해 시간을 가지고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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