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기술투자, 실탄 급한데 조합에 130억 출자? 적대적 M&A에 노출된 후 하루만에 외부투자 나서
이 기사는 2011년 10월 12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위기에 놓인 그린기술투자가 거액을 벤처조합에 출자했다. 실탄을 끌어 모아야 할 시기에 도리어 외부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조치라며 의문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린기술투자는 지난 11일 그린부품전문투자조합 제9호에 130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이 조합은 총 140억원 규모다. 그린기술투자가 약정액의 92.8%를 떠안은 것이다. 극히 드문 사례다.
벤처캐피탈은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아 조합을 결성한다. 무한책임투자자(GP)인 벤처캐피탈이 출자하는 금액은 많아야 약정액 기준 10%를 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금융지주사 소속의 벤처캐피탈들이 30% 가까이 출자하는 경우가 있지만 90%에 육박하지는 않는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GP가 조합 약정액의 90%를 출자했다면 고유계정 투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며 “굳이 조합을 결성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조합을 출자한 시기다. 하루 전인 10일 그린기술투자는 최대주주가 다인앤컴퍼니 외 2인(35.92%)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스미스경영컨설팅의 지분율 5.28%의 6배가 넘는 주식수다. 적대적 M&A에 노출된 것이다. 그린기술투자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 현금을 늘리고 외부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 그린기술투자가 출자를 결정한 130억원은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56억원의 82.9%에 해당한다. 사실상 보유 현금 대부분을 조합에 털어 넣은 셈이다.
130억원은 그린기술투자가 경영권 방어를 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주권거래가 정지된 이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은 89억원. 추가로 지분 40%를 확보하는데 35억원이면 충분하다.
벤처캐피탈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 해왔던 그린기술투자에 대한 의구심도 가시지 않는다. 1990년 2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2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결성조합이 단 10개에 그친다. 지난해 9월 75억원 규모의 그린IT전문창업투자조합 제8호를 결성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이마저 6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국벤처투자와 정책금융공사, 국민연금 등이 수천억원을 출자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린기술투자 내부적으로도 부침이 심했다. 상호변경(동서창업투자→한솔창업투자→NHS금융→그린기술투자)이 4번 있었고 그때마다 경영권도 바뀌었다. 한솔그룹이 손을 뗀 2001년 이후 유상증자만 18번 이뤄졌다. 규모만 698억원에 달한다. 경영진들이 부실 경영을 한 이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자금조달을 해 부실을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그린기술투자는 과거 한솔창투 시절 IT와 게임컨텐츠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렸던 곳”이라며 “하지만 한솔이 빠져나간 이후 코스닥 상장사라는 이점을 노린 기업사냥꾼에게 회사가 철저히 망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린기술투자 강정원 대표는 “다인앤컴퍼니가 적대적 M&A보다는 M&A를 가장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세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인앤컴퍼니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 출자는 예정된 경영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투자주의 환기종목이었던 그린기술투자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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