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집단대출, 신규 부실 뇌관 될라 ③ 미입주·분양포기, 우발채무 현실화 '속속'…"돈 떼일 수 있다" 불신 팽배
이 기사는 2011년 10월 18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이후 건설사 부실의 뇌관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과 부동산PF 우발채무였다. 무리한 외형 확장에 따른 과다한 차입금과 허술한 유동성 관리도 수 많은 건설사를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당국 주도하에 업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미분양과 부동산PF의 규모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근본적 치유 없이 상처 가리기에 급급했던 부실 털기는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이루어진 '무늬만 분양'은 미입주 리스크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임직원을 동원한 강제 할당분양, 중도금이 없다시피하거나 금융비용을 크게 낮춘 밀어내기 분양 등이 문제였다. 이는 수분양자에게 건설사가 보증을 선 집단대출이 새로운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장기 미착공 사업장이나 준공 후 장기 미분양 사업장 등은 운전자본의 진부화를 낳고 있다. 매출채권, 공사미수금, 대여금 등이 오랫동안 미회수 상태에 놓이면서 사실상 떼인 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할 기회는 더욱 줄었다. 은행은 부동산PF 취급을 사실상 멈췄다. 구조조정에 휩싸인 저축은행업계는 PF 취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부토건 사태의 후폭풍으로 건설업계 전체가 '믿지 못할 차주'가 되는 바람에 PF-ABCP는 차환 때 마다 심각한 유동성리스크를 낳고 있다.
◇ 대여금 증가, 차입금 확대..집단대출 잠재부실 가능성
미분양이 줄었으면 건설사에 현금이 들어와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건설사들은 영업에서 오히려 돈을 까먹고 있다. 더벨이 BBB급 이상 33개 건설사의 순영업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2009년 2조원 대의 반짝 흑자로 돌아섰으나 올들어 다시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 이상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것은 매출채권 대여금 등 운전자본과 차입금이다. 인위적으로 진행한 미분양·PF 축소가 대여금·미수금·집단대출 등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로 변형되고 있다. BBB급 33개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2007년말 18조원에서 지난해 말 25조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공사를 완료하고도 장기간 받지 못하고 있는 미수금이 상당한 수준이다.
대여금 확대는 PF 우발채무 현실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건설사 위기의 주된 원인은 지급보증 관계로 얽힌 시공사·시행사 간 리스크 전이에 있었다. 시공사는 사업장 채무의 실질 차주로서 최종적인 상환 의무를 진다.
최근 금융권 대출 회수로 차환이 어려워지자 자체 자금을 투입해 시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시공사 역시 현금이 넉넉치 않은 터라 대여금 마련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PF 우발채무 축소가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된 것.
더벨이 집계한 33개 건설사의 차입금 총액은 지난해 말 23조원에 달했다. 2007년말 11조원에서 불과 3년 만에 빛의 속도로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08년 이후 운전자금 부담 확대와 대여금 증가로 차입금은 늘고 잉여자금은 부족해졌다"며 "대여금 증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상적 영업활동에 의한 것도 있었지만 주로 시행사 PF 차입원리금 지원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분양 부진 또한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미입주에 따른 분양 불확실성이 우발채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건설사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잔금 집단대출을 알선했다. 이자 대납이나 후불제를 조건으로 내세우거나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다.
분양률 상승으로 일시적이나마 현금이 돌고 매출채권 감소의 효과도 봤다. 그러나 분양자들이 부동산 시세 하락,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의 이유로 입주를 지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건설사에게는 장기 대납에 따른 금융비용만도 만만찮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약 대규모 분양 포기 사태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들이 집단대출의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의 집단대출 규모는 75조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
분양자의 원리금 상환 회피로 연체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은행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1.15%)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1.77%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사로서는 PF에 버금가는 우발채무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 가장 큰 위험은 '불신'…"건설업계 상환의지 약하다"
자금수혈이 절실한 건설사지만 은행이나 기업어음·회사채 시장 등 채권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은행은 자금회수가 확실하지 않은 PF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뿐더러, 현재 PF대출 규모도 축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업계 자금난을 의식해 웬만한 곳에는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든든한 계열 소속 건설사가 아니면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솔건설 삼부토건 등의 사태가 있은 후로는 건설업계 전체가 '상환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회사채의 경우 BBB급은 말할 나위도 없고 A급 조차도 투자자 모집이 어렵다. 만기상환 부담이 큰 CP 시장의 상황은 더욱 혹독하다. 부동산 PF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ABCP의 경우 우량기업을 제외하곤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도 쉽지 않다. 프로그램 만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조기 상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기업어음 시장 팽창을 주도했던 건설 CP가 감소 추세로 전환 것도 이 때문이다. 9월말 현재 건설사 기업어음 잔액은 21조2947억원(일반CP·ABCP포함)을 나타내고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 2월말(24조69억원)에 비해 3조원 가까이 줄었다.
건설사의 차입금은 갈수록 단기화되고 있다. 만기가 일시에 집중돼 차환리스크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욱 커진 상황이다. 더벨 집계 결과 29개 건설사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2007년말 46%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59%로 크게 높아졌다.
신평사 관계자는 "미분양·미입주에 따른 우발채무 부담이 여전하고 대여금 증가로 현금흐름도 악화하고 있다"며 "금융권 자금 회수외 건설채 소외 현상 지속으로 차환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등급별 양극화가 심해져 중소 건설사의 경우 운전자본 부담의 해법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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