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규의 ‘EG주식회사’, 채권평가 4강 구도 깰까 10년 만의 신규 업체 등장, 총 5개사로 시장 확대…IT기술로 파생상품·대체투자평가 공략
이지혜 기자공개 2021-06-02 13:21:15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지주식회사(EG주식회사)가 국내 채권평가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1년 FN자산평가 이후로 신규 진입자가 없었던 시장이다. 약 10년 동안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P&I, FN자산평가의 4강 체제로 굳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 5월 EG주식회사가 금융위원회에 채권평가회사로 등록하면서 채권평가 시장의 경쟁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생겼다.출전 시점은 올해 연말이다. EG주식회사는 일단 금융위원회 채권평가회사로 신규등록은 했지만 아직 제도권금융기관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다. 연말까지 채권평가 관련 플랫폼을 구축한 뒤 본격적으로 회사를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평가시장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이현규 대표(사진)가 지휘하고 있다.
EG주식회사가 내세우는 무기는 두 가지다. IT기술과 파생상품과 대체투자자산 평가시장이 그것이다. AI(인공지능) 기술로 채권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고 클라우드 기술로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보 공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파생상품과 대체투자자산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기존 채권평가사와 가격경쟁을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0년 만의 신규 채권평가사 등장
EG주식회사가 5월 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63조에 따라 채권평가사로 등록을 마치고 연말에 플랫폼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31일 밝혔다. 채권평가사는 집합투자재산에 속하는 채권 등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고 이를 집합투자기구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채권평가사의 등록요건이 낮지만은 않다.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여야 하고 자본금이 2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 대통령령에 따라 전문인력과 전산설비, 채권 등 가격평가체계, 이해상충방지체계를 갖춰야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출자액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의 출자액이 각각 100분의 10 이하여야 한다.
이런 기준에 맞춰 채권평가사로 등록된 기관은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P&I, FN자산평가 등 4곳이 전부다. FN자산평가가 2011년 9월 등록한 이래 무려 10년 동안 신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경쟁구도가 깨질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0년 6월 19일 이현규 전 한국자산평가 대표가 이지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56억원이다. 최대주주는 이 대표이고 2대주주로 세리정보기술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국내 채권평가 시장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생인 이 대표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산업증권, 삼성증권, CJ투자증권에서 채권업무를 맡으며 자본시장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에는 본드웹을 설립했으며 제로인펀드평가의 대표이사를 거쳐 2016년 한국자산평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세리정보기술은 EG주식회사 설립에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줬다. 세리정보기술은 1998년 설립된 금융정보시스템 전문회사로 보험사와 공제회, 은행, 증권, 연기금 등을 주요 고객사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세리정보기술이 150여명의 IT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도움을 받아 전산시스템을 빠르게 마련했다”며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세리정보기술에 있어 이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가격경쟁 ‘지양’, IT기술로 파생상품·대체투자 공략
EG주식회사의 경쟁자들은 만만찮다. 인력과 업력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EG주식회사의 현재 임직원 수는 20여 명이다. 연말까지 50여명으로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채권과 파생상품, 대체투자평가, IT,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신규 인력을 뽑고 있다. 반면 경쟁사 중 임직원 수가 100명에 못 미치는 곳은 없다. 한국자산평가는 210여명, 나이스P&I는 160여명, KIS채권평가는 140여명, FN자산평가는 100여명의 임직원이 있다. 업력도 FN자산평가만 2011년 회사를 설립했고 나머지 세 곳은 2000년에 나란히 출범했다.
EG주식회사는 기술력으로 이런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 대표는 “채권평가 시장에서는 몬테카를로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데 1만 번 가격을 시뮬레이션했을 때와 10만 번, 20만 번 시도했을 때 가격의 정확성이 크게 차이난다”며 “AI기술로 정확성을 높이고 클라우드 기술로 고객사에 정보를 송출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용량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면 2시간이 걸릴 채권가격 평가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또 기존 채권평가사들이 갖춰야 할 전산시스템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규모와 인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바라본다. 시간이 곧 돈이나 다름없는 금융사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 하나의 종목이라도 정보가 잘못되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며 “철저히 검증한 뒤 연말 정도 플랫폼을 출시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채권평가사와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지는 않겠다고도 밝혔다. EG주식회사는 파생상품과 대체투자자산을 평가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리파생상품, 신용파생상품, 비상장주식, 전환증권, 대체투자자산 등이 EG주식회사의 공략지점이다.
다른 채권평가사들이 상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는 셈이다.
이 대표는 “현재 파생상품과 대체투자자산의 평가를 대부분 회계법인에 맡기고 있는데 대형 회계법인은 이미 다른 업무로도 포화상태”라며 “채권평가사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이런 수요에 집중해 다른 채권평가사와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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