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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평가 눈높이, 사후검증 화두…시장 변화 발맞춰야 [한국물 ESG 시장 진단]⑤인정 기준 강화, 반환경 비판 직면키도…진실성 절실, 인식 전환 필요

피혜림 기자공개 2021-09-29 08:11:34

[편집자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어느때보다 거세다. 대출과 채권은 물론, 기업 경영평가에서도 ESG 여부가 중시되고 있다. ESG 기세가 단연 돋보이는 곳은 바로 한국물 시장이다. 2013년 첫 삽을 뜬 한국물 ESG채권은 2018년 본격적인 확장기에 돌입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건수 기준 전체 딜의 70% 이상이 ESG채권으로 채워졌다. 전세계 ESG채권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이슈어의 조달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07: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단순히 ESG채권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그린워싱(green washing) 및 반환경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SG채권 발행 전 로드쇼를 통해 환경·사회적 기여 호과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에 들어가는 것은 덤이다.

ESG 조달에 대한 진실성이 화두로 부상하자 사후 보고서 검증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발행사는 ESG채권을 찍은 후 매년 해당 자금을 투입한 사업이 얼마나 환경·사회적인 효과를 창출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차 이같은 사후 보고서를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SRI 기관이 중시하는 건 친환경·사회적 사업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한 그린·소셜·지속가능채권 발행만으로는 글로벌 투심을 사로잡을 수 없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 등 다양한 형태의 조달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 특성에 맞는 ESG 선택지를 고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린워싱 우려 심화, 사후검증 대두…대응력 필요

한국물 시장 내 ESG채권이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관들의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ESG채권에 기관들의 평가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단순한 ESG채권 발행을 넘어 기업 활동에 대한 검증도 이어지고 있다.

강화된 SRI 기류로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이슈어에 대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부터 해외 석탄발전 투자 관련 서한을 받기도 했다. 대내외적 압력 등으로 결국 한국전력공사는 그해 10월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 중단을 결정키도 했다.

국제 환경단체의 반발도 기업들의 ESG 조달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한국석유공사는 올 4월 7억달러 규모의 한국물 발행 전 글로벌 비영리단체 AFII(Anthropocene Fixed Income Institute)의 비판을 받았다. 원인은 타르 샌드(tar sand) 관련 투자로, AFII는 주관사단이 투자자에게 관련 익스포저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 3월 AFII는 한국석유공사의 글로벌본드 발행과 관련해 투자자에게 타르 샌드 사업 및 탄소 배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 : AFII 홈페이지)

ESG채권이 아닌 일반 조달에서도 친환경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AFII의 경우 주관사단에 서한을 보내 ESG를 주창했던 글로벌 금융기관을 직접 압박하기도 했다. SK그룹 역시 올 3월 호주 해상 가스전 개발 투자 등으로 국내외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환경·사회적 기여를 약속하고 자금을 마련한 ESG채권 발행사의 경우 더욱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무늬만 ESG일 지 모른다는 SRI 기관들의 우려 속에서 최근 유럽 발행사를 중심으로 사후 보고서를 외부기관에 검증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직 투자자가 필수로 요구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관련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물 이슈어 중 사후 보고서를 외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은 곳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지난해 KDB산업은행이 원화 ESG채권에 대한 사후 보고서를 딜로이트안진에서 검증받긴 했지만 외화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뉴스레터는 여전히 외부 기관의 인증 없이 게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이슈어는 사후 보고는 꾸준히 하면서도 외부 검수는 받고 있지 않은데 글로벌 시장에선 점차 이에 대한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투자자의 기대에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권 유형 다각화 등 꾸준한 성장, 대응력·활용도 높여야

ESG채권 다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필요해 보인다. ESG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관련 채권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을 강조한 그린본드와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는 소셜본드는 물론, 해양·물과 관련된 블루본드(blue bond), 성차별에 대응한 젠더본드(gender bond)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다.

다만 한국물 ESG 채권은 그린과 소셜,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국한된 모습이다. 2018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아시아 최초로 워터본드(water bond)를 발행해 깨끗한 물 공급 등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색 ESG채권 조달은 주춤해졌다. 워터본드는 그린본드의 일종으로, 물과 관련된 투자를 집행한다는 점에서 해당 이름으로 불린다.

글로벌 기관은 ESG채권 로드쇼 단계부터 관련 사용처 등에 대한 꼼꼼한 검증에 돌입한다. ESG 이슈에 열의를 보이는 탓에 국내 발행사 역시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데 촉각을 기울이는 실정이다. 한국물 ESG채권 유형이 그린·소셜·지속가능채권을 넘어 좀더 다각화된다면 조달 목적 및 진실성 등에 대한 설득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등 보다 의무가 강화된 ESG채권이 등장한 점 역시 관전 포인트다. SLB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글로벌 채권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발행사가 ESG 성과 목표를 설정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금리가 인상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설정되는 형태다.

SLB의 경우 한국물 시장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ESG 달성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에서는 금융사보단 제조사 등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환경적인 사업구조 등으로 향후 친환경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하는 기업들에게 적합한 조달 방식인 셈이다.

다양한 ESG채권 유형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물 발행사 역시 보다 폭넓은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는 무조건적인 ESG를 고수한다기보단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주목하고 있다"며 "친환경으로의 사업 변화에 얼마나 동참하느냐 등이 향후 기업들의 조달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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