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젠가부터 SM그룹 뒤에는 '부실기업 전문 회생'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회생기업을 다수 인수해 정상화시킨 데 대한 칭찬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가시가 느껴지는 말이다. 혹자는 영양가가 떨어지는 회생기업을 인수해 계열사만 늘린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우오현 SM그룹 회장에게 이런 날 선 시선은 여간 서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최측근에 따르면 "우 회장은 M&A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딜이라 할지라도 허투루 판단하지 않고 숙고한다는 의미다.
우 회장이 회생기업 인수를 두고 장고(長考)를 거듭하는 이유는 경제적 득실만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대상에 오른 회생기업의 고용 안정과 조직 통합을 중시하는 M&A 철학을 지니고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는 그는 "기업 인수 후 고용 승계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SM상선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도 우 회장의 지론 덕분이었다. SM그룹은 2016년 해운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하는 이변을 이뤘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상선(현 HMM)과의 경합에서 이겼다. 당시 회생법원은 고용 승계를 약속한 SM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SM상선은 해상운임 폭증에 힘입어 연내 IPO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 한 번도 회생기업 정상화에 실패해 되판 적 없다는 점은 SM그룹의 자랑이다. 회생기업을 싼값에 사들여 단기간의 턴어라운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SM그룹 안에서 시너지를 발휘해 롱런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든다. 구조조정보다 경영진 유지를, 배척보다 상생을 중시하는 책임 경영을 펼친다.
우 회장은 쌍용자동차 인수를 두고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고심했다. "본입찰까지 주어졌던 45일간 매일 쌍용차만 생각했다"는 SM그룹 고위관계자의 전언에서 그의 고뇌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쌍용차의 정상화 성패에 지역 경제와 고용 안정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쌍용차 인수를 원했던 우 회장이었으나 결국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가속되는 가운데 SM그룹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 우 회장은 실무진과 본입찰 참여를 검토하면서 '쌍용차의 미래 사업을 위해 전기차 생산업체에 팔려야 한다'는 논의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포기는 했지만 쌍용차를 향한 '진심'만은 10년이 지나도 변함없었다. SM그룹의 M&A가 평가절하되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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