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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은 지금]빨라진 경영 시계, 변화의 배경은②사측 "변화의 때가 왔다"...정도경영 바로미터

김위수 기자공개 2022-06-23 07:47:34

[편집자주]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출소 이후 정도경영위원회를 해산시켰다. 이는 별도 컨트롤타워 없이도 정도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읽히기도 한다. 올바른 경영활동을 뜻하는 정도경영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환경에서는 ESG 경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더벨이 태광그룹의 정도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1일 13: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사진)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2012년 이후 약 10년은 태광그룹에 있어 '잃어버린 10년'이다. 오너 부재에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굵직한 경영상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 성장이 정체됐다.

최근 들어 태광그룹이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계열사 대표들은 물론 임원들도 대거 교체됐고, 신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 논의도 보다 활발하다. 태광그룹의 경영에 속도가 붙은 시점이 이 전 회장의 출소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태광그룹 측에서는 이 전 회장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올들어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교체됐다. 이 전 회장 부재시 영입된 인사들이 떠난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6월 태광산업 CEO로 선임된 효성 출신 박재용 전 사장과 지난해 태광산업으로 적을 옮겼던 LG화학 출신 정찬식 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포함해 임기가 남은 CEO들은 일제히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 임원들도 잇따라 퇴사하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태광산업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한 임원은 총 10명이다. 같은 기간 금융분야 상장 계열사인 흥국생명에서 같은 이유로 9명이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흥국화재에서는 12명의 임원이 사임했는데, 퇴임 사유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 이중 일부 임원은 계열사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 퇴사한 임원이 태광산업에는 단 2명, 흥국화재·흥국생명에서는 없었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다. 대신 신규 임원 선임도 줄어든 임원 수 이상으로 진행됐다.

그룹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도 있었다. 지난 5월 태광그룹이 1450억원을 들여 아라미드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일이 대표적이다. 태광그룹에 2012년 이후 시설투자가 전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투자행보는 굉장한 변화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에도 LG화학과의 아크릴로니트릴(AN)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태광그룹의 변화 "때가 됐을 뿐"

이런 변화는 이 전 회장의 출소와 맞물려있지만,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는 10여년간 이어져 온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라는게 태광그룹 측의 설명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태광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이다. 2011년 연결 기준 4조원을 넘겼던 태광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2조원대로 떨어졌다.

마땅히 신사업을 발굴하지도 못했다. 이 전 회장이 사임한 2012년의 태광산업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제조 및 임대 사업부문의 주요 제품으로 'PTA, AN, PROPYLENE, ACRYLIC, NYLON, SPANDEX'가 명시돼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같은 사업부문의 주요 제품 품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업부문도 2012년과 2021년 모두 '제조 및 임대'와 '방송통신'으로 나뉘어 있는 점이 같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는 물론 친환경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에 대응하며 앞서가고 있다. 태광그룹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인사도 정체돼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경영상 변화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영향력은 실제일까

재계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가 겹칠뿐더러 변화의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CEO 인사나 대규모 투자와 같은 사안은 오너 기업에서 전문경영인들이 결정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기업 오너의 영향을 무시하고 독립 경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의 존재 자체로 영향력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이 실제 태광그룹 경영에 관여했더라도 법적인 리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취업 제한' 상태에서 경영에 개입하는 일을 문제 삼을 수는 있겠으나,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고려하면 경영 참여는 가능하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의 경우 취업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밝힌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 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두지 않은 상태라 불똥이 튈 염려는 없다.

다만 경영 개입이 있었다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혹은 정도경영과 같은 이상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기에는 어렵다는게 지배구조 자문업계의 시각이다. ESG자문사 관계자는 "독립 경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배구조 관점에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태광그룹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 점수는 높은 편이 아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G)에 해당하는 등급은 B+(태광산업·대한화섬), B(흥국생명보험·흥국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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