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바뀐 한화 계열사 CFO 인사, 단순 '해프닝'일까 박지철 전무 오전엔 한화시스템, 오후엔 한화에어로 발령…인사 시스템 놓고 뒷말
조은아 기자공개 2023-09-25 09:21:2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4시5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이자 상장사 두 곳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가 반나절 만에 번복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오전에 한화시스템 재무실장으로 발령났던 박지철 전무가 오후엔 한화에어로시스템 전략부문 재무실장으로 바뀌었다. 윗선에서 갑작스럽게 결정을 바꾼 것으로 추정되는데 배경을 놓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한화시스템은 19일 오전 박지철 전무가 한화시스템 주식 700주를 들고 있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원이나 주요주주는 해당 회사의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된 날부터 5일 이내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소유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서 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사외이사 포함)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갖는 사실상의 임원도 포함된다. 박 전무가 기존에 한화시스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소속이 한화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공시 의무가 발생했다. 박 전무가 발령을 받은 직후 한화시스템 내 공시 업무 담당자가 공시를 작성했다.
박 전무는 18일 한화시스템으로 발령을 받았고 19일 재무실장으로 선임됐다. 19일 오전 한화시스템은 내부 공고를 통해 박 전무가 재무실장으로 선임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으로 이동하는 윤안식 재무실장(부사장)의 후임 자리다. 오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한 임직원 조회에서도 박 전무는 한화시스템 소속으로 나왔다.
그러나 오후 갑작스럽게 박 전무가 한화시스템이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재무실장으로 선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부 공고를 통해 해당 인사를 공식화했다. 대신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을 맡고 있던 전연보 전무가 원래 박지철 전무가 가기로 했던 한화시스템 재무실장으로 선임됐다. 반나절 사이 모회사와 자회사의 CFO가 맞교환된 셈이다.
단순 공시 실수는 아니다. 이미 내부 공고도 났고 박 전무의 소속 역시 한화시스템으로 떴던 만큼 몇 시간 사이 결정이 바뀐 것이 확실시된다. 상장사의 주요 임원, 더구나 재무를 총괄하는 재무실장, 직급으로는 전무급 인사가 몇 시간 만에 번복된 셈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시스템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기 때문에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뭘까. 한화그룹은 CFO만큼은 순혈주의를 고집한다. CFO들이 여러 계열사를 돌며 CFO를 맡는다. 큰 회사로 영전하는 경향이 짙지만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재무적 과제가 있는 곳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발령받기도 한다. 한명이 이동하면 그 자리가 비기 때문에 CFO 인사가 날 때 계열사간 연쇄 이동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번 인사 역시 첫 단추를 찾아보면 윤안식 부사장의 한화솔루션 이동을 꼽을 수 있다.
윤 부사장이 투자 현안이 산적한 한화솔루션에 해결사로 투입되면서 그가 맡고 있던 한화시스템 CFO 자리가 비게 됐다. 이 자리에 누굴 보낼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고 처음엔 박지철 전무로 정해졌다가 이후 다시 모회사 CFO를 지낸 전연보 전무로 최종 결정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박지철 전무는 CFO 경험은 없지만 과거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의 재무회계팀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또 ㈜한화 지원부문에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 금춘수 부회장 및 권혁웅 부회장을 보좌하고 호흡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바로 주력 계열사 CFO로 투입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전연보 전무는 박 전무와 비교했을 때 계열사 재무를 직접 들여다본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돈 들어갈 곳은 만만치 않은 곳으로 CFO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곳이다.
다만 이런 내부 고민과는 별개로 회사 안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를 최종 결정한 뒤 다시 반나절 만에 바꾸는 인사 시스템 자체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무실장 자리는 이사회의 결의가 반드시 필요한 자리는 아니지만 안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로 그 무게감은 최고경영자(CEO)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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