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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리뉴얼]지주사 체제 전환, 경영 지형도 변화는④장세주 회장 중심 형제경영 이어질 듯…현장중심 기조도 여전

조은아 기자공개 2023-11-09 07:28:37

[편집자주]

"나는 아직도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2021년 11월 '럭스틸 10주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무색하게 철강업계는 철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창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가장 먼저 무겁고 차가운 철의 이미지를 벗어던졌고 올해 동국제강그룹도 합류했다. 과거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던 동국제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선제적 사업재편 노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무려 69년 만의 지배구조 변화인 만큼 내부 지형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세주 회장이 8년 만에 등기임원으로도 복귀했다. 장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무 역시 경영 수업에 한창인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내부 리더십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확실한 위계…순탄한 형제경영 비결

동국제강그룹에서 '형제경영'이 유독 잘 돌아가는 이유는 형제간 위계질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동생이 형을 잘 따르고 공경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조직도상에서 장세주 회장이 장세욱 부회장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장세주 회장이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장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물러났고 장세욱 부회장은 통합 동국제강의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이때부터 올해 6월 동국제강이 3사로 나뉘기 전까지도 조직도상 최상단은 장세주 회장이었다.

실제 장세주 회장은 2018년 가석방 이후 틈틈이 회사로 출근해 물밑에서 장 부회장에게 조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장 회장의 복귀는 언제냐'는 질문에 장세욱 부회장은 "공식, 비공식을 따질 것 없이 회사에 출근하면 복귀한 게 아니냐"며 "이미 출근 중"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둘의 위계가 명학한 이유로는 보수적 가풍, 9살에 이르는 나이 차이 등이 꼽힌다. 회사에서 쌓은 경험치 역시 장세주 회장이 훨씬 높다. 1953년생인 장 회장은 25살이던 1978년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1962년생인 장세욱 부회장은 34살이던 1996년 입사했다. 회사에 몸담은 기간만 따져도 장 회장은 45년, 장 부회장은 27년으로 차이가 크다.

지주사 체제 이후로도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현재 장세주 회장은 동국홀딩스 사내이사로, 장세욱 부회장은 동국홀딩스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장세주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장세욱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지주사의 대소사를 직접 챙기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 수업은 '하던 대로'…'현장 중심' 기조도 계속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장선익 전무(사진)가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에 남았다는 점이다.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동국홀딩스 소속으로 바뀌었지만 장 전무는 열연사업을 하는 동국제강에 남았다. 직책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구매실장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이 적어도 장 전무의 경영 수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장 전무는 다른 그룹의 오너 3~4세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른 후계자들이 전략과 미래, 새 먹거리 등 신사업을 이끄는 역할을 주로 맡지만 장 전무는 '정통' 사업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맡고 있다.

철강회사 구매 담당의 손에는 회사의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원가가 달려있다. 1년 실적에 그대로 드러나는 만큼 공과가 명확한 자리다. 이미 쟁쟁한 선배들이 거쳤던 자리인 만큼 비교 역시 피하기 쉽지 않은 자리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장세욱 회장, 장세욱 부회장, 장선익 전무
동국홀딩스, 동국제강, 동국씨엠 최상단에 위치한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위상 역시 주목받는다. 동국홀딩스엔 오너와 호흡을 맞출 전략통이 배치되고 나머지 두 회사의 수장으로는 현장 전문가가 배치되는 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그룹은 생산현장을 매우 중시하지만 본사에서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짜는 전략통의 위상 역시 매우 높다. 장세욱 부회장이 입사해 가장 먼저 몸담은 조직도 동국제강 기획조정실로 현재의 전략실이다. 이후 장 부회장은 2004년부터는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해당 역할을 물려받은 인물이 바로 곽진수 전무다. 곽진수 전무는 전략실에만 10년 이상 몸담았다. 그룹 대표 전략통인 만큼 동국홀딩스에 사내이사로 합류한 게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다만 곽 전무 역시 동국제강의 다른 주요 경영진처럼 현장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30여년 전 기술직 엔지니어로 동국제강에 발을 들였고, 이후 3분의 1은 현장에서, 3분의 1은 해외에서, 남은 3분의 1은 본사에서 보냈다.

동국제강을 이끄는 최삼영 부사장은 현장에서 가장 핵심 인물로 꼽힌다. 열연사업이 동국제강의 근간이자 규모 역시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당장 임직원 수만 비교해봐도 6월 말 기준 동국홀딩스는 40여명, 동국제강은 1500여명, 동국씨엠은 1000여명이다. 공장만 인천공장, 포항공장, 당진공장, 신평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장선익 전무가 동국제강에 몸담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역할과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동국씨엠은 박상훈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장세욱 부회장과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직급이 전무였으나 현재는 부사장이다. 동국씨엠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한 단계 격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냉연사업을 하던 유니온스틸에 적을 두다 2015년 합병 이후부터 동국제강에 몸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에 현장 전문가가 많은 만큼 앞으로 대표이사 역시 공장장 등 현장 요직을 거친 인물을 중심으로 내부 승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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