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에 많이 언급되는 투자전략 중 하나가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위탁운용사(GP)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 출자자(LP) 대신 새로운 LP를 모집해 해당 포트폴리오를 옮겨 담는 것을 말한다.주로 해외에서 모습을 보였던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최근 국내에서도 선을 보였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7월께 국내외 LP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15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로 쌍용C&E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최종 결성했다. 국내에서 첫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물꼬를 튼 사례로 꼽힌다.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장점은 뚜렷하다. 성장 가능성이 큰 포트폴리오 자산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10여 년간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하는 PEF 특성상 상대적으로 뒤늦게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경우에도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컨티뉴에이션 펀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해당 펀드의 강점을 오롯이 살린 투자전략 사례가 눈에 띈다.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헬리오스PE)는 지난달 SKC에 ISC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로 ISC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헬리오스PE의 결단은 ISC의 추가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였다. 경영권 유지가 아닌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서 재투자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컨티뉴에이션 펀드 본연의 역할을 그대로 살린 셈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바로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본질을 벗어나 단순히 만기연장의 수단이 활용되는거 아니냔 우려에서다. 올들어 국내에서 여러 컨티뉴에이션 펀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면면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 않는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8년 전 투자했던 이투스교육을 새 펀드로 옮겨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투스교육은 2~3년 전부터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역시 인수자를 찾지 못한 버거킹과 함께 다른 포트폴리오를 같이 담을 수 있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 비해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활성화 중인 해외에서 역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자산을 담는 데 부정적 시선이 짙다. 필연적으로 기존 LP의 재출자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100% 해외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온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국내 출자자의 자금을 조달한 배경에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최초’나 ‘최대’라는 수식어는 사람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본능적으로 이러한 수사들에 집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지속적인 성과’와 함께일 때라야 빛을 발한다.
표지만으로 책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좋은 책은 마케팅이 아니라 콘텐츠로 인정받아야 한다.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되길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이어질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바람이 PEF 시장에 선순환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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