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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녹십자, 사업재편 키워드 '진입장벽 높이기'②내수 경쟁 심화로 진입 힘든 시장 타깃…희귀질환·mRNA 확보에 전방위 투자

정새임 기자공개 2023-12-06 13:03:29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4일 08: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개편의 목적은 명확하다. 힘을 뺄 사업조직은 줄이고 힘을 줄 조직은 확대하기 위함이다. GC녹십자가 진행 중인 조직 재편 방향을 살펴보면 회사가 미래 비전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희귀질환, mRNA, 북미시장. GC녹십자가 목표하는 질환, 기술, 시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높은 진입장벽에 있다. 고도화된 기술과 규모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 지난 10년간 막대한 투자로 기술 기반을 다지고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힘썼다.

◇희귀질환으로 눈 돌린 녹십자…높은 진입장벽 노린다

GC녹십자의 조직 개편은 직원 수가 가장 많은 영업, 그 중에서도 일반의약품(OTC)을 파는 약국 영업과 백신·합성의약품을 파는 로컬 영업 인력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면역글로불린 제제 미국 허가가 다가오면서 글로벌 영업 조직은 급격히 확대 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회사가 새로 설정한 사업전략과 관련이 깊다. 내수 중심의 백신·혈액제제가 과당경쟁으로 치달은 이상 남들이 뚫기 어려운 시장으로 진입해 높은 진입장벽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GC녹십자를 성장시킨 건 백신과 혈액제제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내수 시장 경쟁이 심화했다. 해외 확장 면에서는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다. 백신은 고부가가치를 내려면 프리미엄 백신 시장으로 가야 하는데 독자적으로 대규모 글로벌 백신 임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소요되는 자금과 임상기간을 고려하면 꽤나 모험적인 도전이다. 이에 혈액제제 생산으로 글로벌 진출을 타진했으나 북미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고 다른 제약사들처럼 항암제나 만성질환에서 신약을 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GC녹십자가 걸어온 길과 거리감이 있을 뿐더러 이 분야도 경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특히 GC녹십자는 '최초'의 힘으로 커온 곳이다. 누구보다 첫 회사가 누리는 장점을 잘 알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분야에 먼저 진출해 진입장벽을 쌓는 전략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활용하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찾은 게 희귀질환이다. 환자 수가 적지만 고가이고 평생 약을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으로 한번 시장을 잡으면 독점의 상황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일찍이 GC녹십자는 희귀질환의 시장성을 알아보고 빠르게 진출을 도모했다.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헌터라제는 허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 250억원 정도의 안정적인 매출을 낸다. 내수 시장을 잡은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러시아, 알제리 등에도 진출했다.


GC녹십자는 2030년까지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두 배 이상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외 산학 기관과 연달아 연구 협약을 맺었다.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현재 기허가된 제품 외 8개 희귀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알라질 증후군, 글란즈만 혈소판 무력증, 혈우병, 산필리포증후군, 파브리병 등 다양한 희귀질환을 타깃한다.

2022년부터 GC녹십자에 합류해 녹십자의 R&D부문과 RED(Research and Early Development) 본부를 총괄하는 정재욱 부문장이 관련 일을 주도하고 있다. 초기 후보 물질을 발굴해 비임상을 실시하고 외부에서의 유망한 물질을 들여오기도 한다.

◇mRNA에서 찾은 새 비전…백신·치료제·CMO로 다각화

새 모달리티로 낙점한 mRNA는 기초 연구부터 차근히 경쟁력을 쌓는 중이다. 이미 2018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수익 한계에 부딪힌 백신에 대한 고민도 mRNA로 풀어내고자 한다.

그동안 유정란 배양이나 재조합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었다면 향후에는 mRNA로 기술 고도화를 이루는 작업이다. 회사는 최근 전남 화순 백신공장에 파일럿 규모의 mRNA 생산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mRNA 관련 모든 단계를 생산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시설이다. mRNA의 핵심이라 꼽히는 기술인 LNP(전달체)는 외부 도입과 내부 개발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확보했다.

mRNA는 백신뿐 아니라 GC녹십자가 주력하는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mRNA는 유망한 기술이지만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앞으로 광범위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2030년까지 3단계에 거쳐 mRNA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24년까지 관련 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특허를 확보하는데 집중한다(1단계). 2025년부터 3년간은 확보된 mRNA 기술로 치료제와 백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2단계). 이후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라이선스 아웃(L/O)이 가능하도록 에셋을 늘려간다(3단계). 현재는 '개화'를 위한 준비와 도전 단계라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해외 진출을 대비해 증축해온 오창공장 통합완제관은 위탁생산(CMO)으로 활용한다. 약 1700억원을 들여 마련한 통합완제관은 바이오시밀러부터 항체의약품, mRNA 등 다양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최대 생산능력(캐파)는 최대 10억도즈에 달한다.

CMO는 규모의 경제다. 이 때문에 거대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하다. 또 상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약과 달리 단기간에 매출을 낼 수 있다. GC녹십자는 해외 진출을 위해 일찍이 생산기지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덕분에 빠르게 CMO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특히 향후 라인업이 늘어날 mRNA CMO에 힘을 주고 있다. mRNA의 경우 DS(원료생산)부터 DP(완제생산)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우진 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50년 이상 자사 제품을 개발하고 완제품을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CMO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라며 "다양한 제품군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CMO 사업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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