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등한시되지만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잘 파는 겁니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벤처캐피탈(VC) 대표에게 들은 말이다. VC 심사역에겐 될성부른 초기기업을 알아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기업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 또는 사업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밑바탕이 된다. 적절한 타이밍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소통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도 능력(?)이 중요 덕목이란 말은 다소 생소하다. 잘 파는 능력이란 무엇일까. 일단 매매 스킬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기업의 상장 이전 시점부터 당일까지 에쿼티를 다루는 VC라고 해도 특별한 매매 시스템이나 기술을 갖추진 않는다. 일반 투자자와 마찬기지로 사람이 장 내에서 판단하고 사람이 판다.
하우스 정책에 대한 얘기도 아니다. 모든 VC는 회수 철학에 따라 정책을 수립해둔다. 초기기업에 5년이란 시간 동안 길게 투자한 만큼 상장 후 인연도 길게 가져갈지, 당일에 매도할지 등이다. 바이오 투자 전문 하우스는 상장 시점에 신약 상용화가 돼 있지 않은 바이오업 특성상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VC들은 보유 주식을 공모 상장 첫날에 판다. 미락업 물량을 모두 상장일에 매도한다. 전통적인 것은 아니다. 코스닥 상장 주식의 주가가 아이러니하게도 거래 첫날 가장 높은 최근 비이성적인 장에서 이런 매도가 보편화됐단 설명이다. VC는 기업이 상장하기까지 긴 기다림을 거쳤단 점에서 오버행의 원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기도 하다.
언제 팔든, 어떤 기술로 팔든 중요한 것은 '적절한 가격에 팔았느냐'다. VC는 상장일 전 회수위원회를 열고 매도 단가를 설정해 놓는다. 이 단가에 가장 큰 입김을 발휘하는 건 투자 담당 심사역이다. 하우스 대표와 대표펀드매니저도 조언은 할 수 있으나 첨언에 그칠뿐이다. 투자한 기업의 내재가치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게 투자 담당자란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고점에 파는 게 베스트는 아니다. 수년간 기업을 돌보며 자신이 평가한 '그 가치'에 매도를 청구했단 게 중요하다. 즉 매도 능력은 시장도 인정해 줄만한 적절한 기업가치 판단을 사전에 내렸는가, 그 타이밍을 만났을 때 용감하게 투자기업과 작별했는가로 풀이된다. 기업과의 잦은 왕래와 꾸준한 스터디가 판단을 낳고 판단이 결단력을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요즘말로 '조금만 더 있다 팔껄'하고 후회하는 '껄무새'가 될 수 있는 건 심사역도 마찬가지다. 정말 잘 팔았다면 '기다렸다 고점에 팔지 그랬느냐', '누구는 얼마를 더 벌었다더라'하는 많은 말들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치열한 판단이 내려지는 장에서 VC가 말하는 매도 능력은 일반투자자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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