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5대 선도 분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서비스 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을 발표했다. 여러가지 정책 중 금융투자업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퇴직연금 시장 내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현행법 상 퇴직연금 적립금의 일임 운용은 불가능하다. 과거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일임 운용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신탁과 보험 형식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고 현행법을 해석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랩어카운트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일임 운용할 수 있게 현행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정책당국에 끊임없이 건의했지만 정책당국은 시기상조라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쳐왔다. 그런데 갑자기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일임 운용할 수 있게 한다니. 업계에선 환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핀테크 업체들까지 총 28개사가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해야만 정책당국이 마련하는 일임 샌드박스에 참여할 수 있어 열기는 뜨거웠다.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알고리즘 수는 187개. 지난해 10월 초 이후 현재까지 대부분 알고리즘이 양(+)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일부 핀테크 업체들은 여러 개의 알고리즘을 테스트베드에 태운 뒤 그중 소수의 수익률 상위권 알고리즘이 마치 전체 성과인마냥 홍보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업계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테스트베드 성과가 시장 상승 국면에 기댄 일시적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전체 경기 사이클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퇴직연금 운용 비히클의 핵심은 장기간 믿고 맡길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즉, 하락장을 경험하지 못한 알고리즘이 특정 국면의 성과를 바탕으로 적립금 일임 운용에 나설 경우 예기치 못할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펀드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수년의 트랙레코드가 필요한데,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이라고해서 예외는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운용의 최종 목표는 시장 중립적 성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 운용 비히클을 제공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풍족한 노후생활을 꿈꾼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의 중요성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융업계 전체가 눈여겨 보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운용을 계기로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사업자들의 면밀한 자기 검토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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