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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서울우유가 보여준 협동조합의 미래

변세영 기자공개 2024-05-07 13:29:5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음료 섹터에서 유업계가 갖는 특징 중 하나는 일반 기업이 아닌 협동조합이 공고한 1등 사업자라는 사실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유일하게 주주가 아닌 낙농인으로 구성된 단체다.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설립부터 운영 방식까지 전부 다르다. 우선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편의 증대가 목적이다. 주식회사처럼 ‘이윤 추구’가 1순위가 아니다.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 평등한 지배력을 갖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업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협동조합이 많지 않다. 금융과 같은 일부 특수 부문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일반 사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평등한 의결권을 가지다 보니 합의를 유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강한 리더십을 가진 전문경영인도 부재하다. 유명 대학을 졸업한 후 전략통 백그라운드를 가진 C레벨을 기용하는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협동조합은 일정 기간마다 조합원 중 한 명을 조합장으로 선출한다.

이 밖에 대주주나 외부 투자가 아닌 조합원의 출자로 자본을 충당해 자본금 확보가 어렵다는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거대 자본 틈에서 산업 사이클 변화 등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성장이 느린 면도 있다. 도전이나 혁신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서울우유는 이 같은 조합의 한계를 부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그간 서울우유를 거쳐 간 조합장들과 임원진들은 화려한 수식어는 없지만 협동조합의 경쟁력 확보라는 신념아래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우유품질 고급화를 내세우며 1984년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시스템을 완비했다. 2005년에는 '1A 등급' 우유를 출시하며 국내 우유 품질을 낙농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2016년 3월에는 세균수 1A 등급에 체세포수까지 1등급 원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우유 '나 100%'를 선보이며 리딩컴퍼니 지위를 공고히 했다.

최근에는 'A2+ 우유‘를 선보이며 또 한번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공략해 소화 불편감이 덜한 프리미엄 라인이다. 출생률 하락에 따른 위기 속에서도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타깃을 확장해 퀀텀점프에 나서고자 한 취지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전체 라인을 전환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 서울우유. 아직은 국내에서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서울우유라는 나침반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조합이 번영해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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