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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리츠 정책 어젠다]연금 투자 느는데…주주의결권 보호 '뒷전'⑥특정금전신탁에 속하는 절세계좌, 개인투자자 의견 반영 못해

정지원 기자공개 2024-06-10 07:49:09

[편집자주]

국내 리츠 시장은 성장의 필연성과 당위성에 비해 더딘 속도로 크고 있다.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투자 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 바라는 제도 개선안 역시 대개 부동산투자회사법 외 다른 법·제도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더벨이 상장리츠가 마주한 문제들을 바탕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 사항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당소득세 절세를 위해 ISA를 통해 상장리츠에 투자했다. 최근 주가 등 현안과 관련해 질의 사항이 있었지만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장리츠들의 적극적인 IR과 함께 주주들의 의결권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

한 상장리츠 투자자의 이야기다. 업계는 상장리츠 시장 성장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은퇴 세대 자금 유입을 꼽는다. 미국은 가구 절반 이상이 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리츠를 사고 '은퇴자 천국'으로 불리는 호주도 개인의 리츠 투자가 활발하다.

한국도 연금계좌나 ISA를 통해 상장리츠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절세계좌를 통해 리츠에 투자할 경우 주주로서 권리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주주명부에는 개인이 아닌 계좌 수탁자인 증권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리츠 주주들의 의결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7개 상장리츠, 소액주주 비중 '60%' 안팎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상장리츠 중 소액주주 비율이 68.34%로 가장 높다. 리츠의 사업연도가 각기 다르지만 가장 최근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소액주주 비율을 집계한 결과다. 소액주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미만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를 의미한다.

뒤이어 NH프라임리츠(65.85%), 미래에셋맵스리츠(62.97%), NH올원리츠(61.51%), 이지스레지던스리츠(61.47%)의 소액주주 비율이 60%를 웃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59.75%)와 신한알파리츠(57.2%)도 개인 투자자 비중이 60%에 가깝다.

이들 상장리츠는 특히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만큼 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서 개인 투자자의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 하지만 절세계좌로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 소액주주들에겐 사실상 주주 의결권이 없다. 상장리츠로선 주주 의견을 수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배경은 이렇다. 리츠는 안정적인 배당 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노후 대비를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연금저축이나 IRP 등 연금계좌와 ISA 등 절세계좌로 리츠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계좌가 특정금전신탁 계약에 의해 운용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고객인 위탁자가 투자 상품을 선택하지만 의결권은 수탁자인 증권사에게 부여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위탁자를 대신해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소극적이다.

실질적으로는 상장리츠 주주들의 의결권이 삭제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최근 적극적인 리츠 IR 활동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늘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리츠 입장에서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요 사업 진행을 위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주주총회 시 의결 정족수 충족 '난항'

일례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3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10여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제9기(23년7월~23년12월) 재무제표 승인 및 현금배당 결의 등을 위해 열린 정기 주주총회였다. 이 자리에선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도 진행됐다.

정관에 종류주,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특히 상장리츠 중에선 처음으로 정관상 우선주 등 종류주 발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운용 효율성 및 향후 자금조달 시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하기 위한 행보였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낮으면 특별결의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리츠가 정관 변경 등을 위해 특별결의를 추진할 땐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개인주주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알려졌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처음으로 겪었지만 앞으로 다른 상장리츠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 상장리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선 주주 의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등 수탁자 내부의 시스템은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시 찬성, 반대 또는 행사하지 않음 등 세 가지에서 한 가지를 패시브하게 선택하거나 위탁자들의 의견 비중에 따라 교차 투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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