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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보험사 적자탈출 미션]정체된 신성장동력, 상품개발·영업 '한계' 넘어야5개 디지털사 모두 적자 지속…대면영업 제한에 사업전략에도 한계

강용규 기자공개 2024-06-12 13:00:39

[편집자주]

보험업계 역시 디지털 전환이 화두다. 디지털 보험사의 태동은 10년이 넘었지만 준비상황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가입의 편의성 등 강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보험사의 실적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국내 5개사 중 단 한 곳도 순수 영업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지상과제는 하나같이 적자탈출이다. 디지털 보험사가 처한 상황과 성과 창출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침체된 한국 보험시장에서 보험사들은 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산물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보험사다. IT 기술의 지속 성장에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양식이 맞물리면서 디지털 보험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현재 국내에는 5개 디지털 보험사가 있다. 각 사별로 짧게는 1년가량, 길게는 10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의 하나손해보험을 제외하면 어느 한 곳도 연간 흑자를 거둔 곳이 없다. 비대면 채널 위주의 영업과 그에 따른 상품 개발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아직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디지털 보험사들의 면면과 적자 현황

금융감독원 및 각 사 발표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은 2024년 1분기 합산 순손실 337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순손실 규모가 10억원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지속 중이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적자를 줄인 반면 캐롯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신한EZ손해보험은 9억원의 손실을 유지했다.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 중 가장 역사가 긴 곳은 2013년 설립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다. 유일한 디지털 생명보험사이기도 하다. 설립 첫 해 50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연간 순이익 없이 1763억원의 순손실을 누적했다.

가장 역사가 짧은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으로 2021년 9월 법인이 설립된 이후 2022년 보험업 인가를 획득해 2022년 10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 해 261억원, 이듬해인 2023년 373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으며 올해는 1분기 순손실 116억원을 내 전년 동기보다 적자 규모가 36.5% 커졌다.

하나손해보험은 하나금융그룹이 2020년 6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출범했다. 디지털 보험사 5곳 중 유일하게 연간 순이익 기록(2021년 17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해 하나손보의 순이익은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358억원을 반영한 덕이 컸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로 2019년 설립됐다.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비용 투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설립연도인 2019년 이후 기준으로 디지털 보험사들 중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신한EZ손해보험은 신한금융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2022년 7월 출범했다. 디지털 보험사들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작은 편인데 이는 기업 규모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말 신한EZ손보의 자산총계는 2534억원으로 디지털 보험사들 중 가장 큰 하나손보의 1조6061억원 대비 16%에 불과하다. 완전한 신생회사인 카카오페이손보(1359억원)만이 신한EZ손보 아래에 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각 사 경영공시)

◇'비대면 강제'에 기인한 영업의 한계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고전하는 이유로 '디지털'이라는 태생의 한계를 꼽는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 즉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 인가를 받은 보험사는 총 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 비대면 수단을 이용해 모집해야 한다.

보험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업수단은 설계사다. 복잡한 약관과 담보에 대한 내용을 전문가인 설계사의 대면 설명 없이 소비자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이 설계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만큼 영업적 제약이 매우 크다.

설계사 활용의 제한으로 디지털 보험사가 안는 페널티는 단순히 판매 측면의 제약뿐만이 아니다. 보험 상품 개발 역시 비대면 판매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하는 만큼 복잡한 상품을 개발할 요인이 크지 않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이나 생활보험 등 직관적인 상품을 주력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렴한 가격과 가입의 편리성 등 강점은 이들이 자의적으로 선택한 차별성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디지털 보험사들 중 일부 손보사들은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CSM(보험계약마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데 따라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기존 강자인 대형 손보사들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회사 동향' 보고서를 통해 거래 편의성이 높은 디지털 보험사가 소비자들의 위험보장 공백을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만큼 이들의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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