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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심사조직 집중해부]달라진 심사기조 '양보단 질', 부실기업 퇴출 방점②정은보 체제, 증시 입성 심사 '깐깐한' 잣대…2014년 신설 상장유치부 '역사 속으로'

손현지 기자공개 2024-06-21 07:32:43

[편집자주]

'거래소의 꽃'으로도 불리는 상장심사부. 때론 모험자본 상장촉진을 위한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가, 자격 미달 기업들의 시장 입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포청천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IPO 허들을 넘으려는 자들에겐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상장심사 키맨 변화, 심사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벨은 거래소의 상장심사 조직의 대내외 위상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조직 변천사, 주요 키맨 이동 현황 등을 다각도에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4년 최경수 전 이사장 시절, 한국거래소에는 '상장유치부'라는 조직이 존재했다. 상장 심사 앞단에서 유망한 벤처 기업들을 발굴해 증시입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었다. 그때 쯤 지금의 기술기업상장부도 생겨나며 기술특례상장제도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상장유치부는 2017년부터 이사장 교체와 함께 축소되다가 이내 사라졌다.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심사 기조가 강조된 영향이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역시 파두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기술특례상장 심사 등에 대해선 특히나 깐깐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오히려 증시 입성 보단 부실기업의 퇴출 등에 방점을 둔 '상장관리부'의 존재감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20년간 다이나믹한 조직변천사…'상장유치부'는 역사속으로

거래소 상장심사부는 2000년 초부터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이영탁·이정환·김봉수 전 이사장을 거치면서 큰 틀은 바꾸지 않는 선에서 필요에 의해 조금씩 인력 배치 규모를 늘려갔다.


비교적 큰 개편 작업이 이뤄진 건 2014~2015년부터다. 당시 최경수 전 이사장이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연간 유가증권 30개, 코스닥 70개 '총 100개' 기업 상장을 시장본부에 주문했던 것이다. 당시 다급해진 상장심사부 고위 인사들이 직접 증권사 IPO 부서를 방문, 상장 유치를 독려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때 생겼던 조직이 바로 '상장유치부'다. 정부의 창조경제 가치와 발맞춰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를 위해 탄생했다. 2014년 1월 유가증권시장본부 내에는 상장유치팀이란 이름으로, 코스닥시장본부에는 한단계 더 상위 조직인 '부' 체제로 상장유치부가 꾸려졌다.

기존 상장심사부 소속 인력들이 상장유치부로 대거 이동했다. 자격 미달 기업들의 시장 입성을 엄격히 제한했던 이들은 역할을 바꿔 상장건수를 늘리는데 집중했다. 소속 직원수는 20명에 달했다. 국내 상장유치팀 뿐 아니라 해외 상장유치팀도 별도로 꾸려졌다.

이들은 글로벌 강소기업 유치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접촉 기업수만 1000곳이 넘고 전국 각지에서 연 상장 설명회는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모험자본 유치에 열성을 다했다는 후문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당시 상장유치부는 상공회의소, 산업단지공단 등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갔다"며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을 쏘다녔고, 월드클래스300 기업들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가 우량기업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하지만 2000년대 초의 벤처버블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상장 건수를 늘리는 양적 확대에만 주력하다 보니 질적 부분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거래소는 증권사나 벤처기업들에게 예심 청구를 하면 웬만해선 통과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며 독려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일부 문제점도 제기됐다. 심사팀과 유치팀, 그리고 시장관리팀이 한 본부, 혹은 한 부서 내에 있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견제기능이 작동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증권사로 따지면 영업과 리스크관리가 방화벽 없이 한 부서 내에 있는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경우 상장유치가 강조되던 시절이라 엄격한 심사보다는 웬만하면 문턱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 부지기수였다.

결국 2017년 이후 이사장 체제(정찬우, 정지원)에서 상장유치부 역할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유가증권시장본부 내에선 상장유치실로 격하되다가 이내 성장기업부와 합해지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코스닥시장본부 내에 있던 상장유치부 역시 역할이 줄다가, 지금은 혁신성장지원팀이란 이름으로 이름으로 탈바꿈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정은보 체제에서 부각된 '상장관리부', 부실기업 퇴출 방점

거래소 심사조직은 현재 유가증권시장본부 1개 부서(상장부), 코스닥시장본부 3개 부서(상장부, 기술기업상장부, 상장관리부)로 분류돼 있다. 각 부서 내 3팀씩 존재하며 각 팀마다 3~4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그 중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인력만 유가증권-코스닥 합쳐 약 30명에 육박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코스닥본부는 유가증권본부과 달리 '기술기업상장부'와 '상장관리부'가 별도의 부서로 배치돼 있다. 기술기업상장부는 2015년 기술력 있는 기업만 전담하기 위해 탄생했다. 다만 최근엔 기술기업특례상장 신청건수가 워낙 많아져 상장관리부와의 역할 구분이 많이 희미해진 상황이다.

올들어 정은보 이사장 체제에선 '상장관리부'의 역할이 특히나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만 담당하는 부서다. 증시 입성 보다는 부실 기업들의 증시 퇴출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은보 이사장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해 부실기업이 적시에 퇴출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공고히 했다. 적자기업들이 시장에 잔존한다면 투자자금이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상장 기업이 2600개 정도 되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상장기업 수가 많다"며 "필요하다면 용역을 발주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당국과도 협의해 원칙에 맞는 상장 기업 퇴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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