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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기관 톺아보기]민간 지원 대들보 '예술의전당 후원회'⑧[후원 조직]별도 민간기구, 지난해 전당 기부금수익 70% 지탱…홍라희·정의선·박용만 회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4-06-14 08:27:17

[편집자주]

공공극장은 공간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닌다. 창조의 장이자 공연 문화의 산실이다. 국내 첫 국립국장은 1950년 부민관에서 개관했다. 이후 뚜렷한 거처 없이 피난지였던 대구 문화극장, 명동 시공관 등을 전전하다 1973년 남산 기슭에서 새로 문을 연다. 문화예술진흥법이 막 제정되면서 문화정책 기틀이 자리잡았던 때다. 그리고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 설립. 1988년엔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신(新) 국립극장'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이 만들어졌다. 이제 70년의 역사를 지난 공공극장의 현재는 어떨까.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예술기관 후원단체다. 큰 틀의 메세나에 해당되지만 대기업 오너나 기업 문화재단이 아닌, 각계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메세나 협회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현재 홍라희 리움미술관 전 관장을 포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굵직한 재계 인사들이 후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예술의전당 기부금 수익의 상당부분을 후원회가 지탱하며 매년 양 측이 협의해 후원 항목을 정하고 있다.

◇순수 민간 후원회, 1997년 출범

후원회 조직을 주도한 것은 1995~1998년 재임했던 이종덕 예술의전당 사장, 그리고 이종구심장클리닉의 이종구 원장이다. 앞서 김동호 초대 사장이 후원회 조성을 포함한 예술의전당 개선안을 마련하긴 했는데 시행이 보류됐다. 개선안을 문화부 장관과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기 직전, 그가 문화부 차관으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러다 예술의전당이 지원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다시 후원회 결성에 시동이 걸렸다. 기업들의 문화 지원이 주춤했던 시기다. 1995년 예술의전당은 공식 후원사로 삼성과 백양을 선정해 각각 5억원씩을 지원받기도 했으나 불황으로 후원이 줄었다. 자구책이 필요했다.

이종덕 사장은 당시 명지대학교 교수로 있던 송자 전 연세대 총장에게 후원회장을 부탁해 승낙을 얻어냈다. 그와 연세대 동기동창이라 친분이 있었다. 이밖에 유민영 예술의전당 이사장, 이상열 미도파 부회장 등이 후원회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종구 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1997년 4월 마침내 창립총회를 열었다. 60명 남짓한 인원의 순수 민간 후원회. 예술의전당 후원금 조성과 지원, 문화예술 애호가의 육성과 보급, 문화예술의 저변확대와 사회적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후원회엔 이종구 원장이 가장 먼저 가입해 1000만원을 내놓았고 그 외에도 이관우 한일은행장, 윤병철 하나은행 회장, 허참 명지유통 회장 등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첫 해 2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예술의전당에 전달했으며 지금까지 매년 평균 4억원을 예술의전당에 후원 중이다.

◇후원회장 총회 추대, 부회장단 5인 구성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전당과 별도의 민간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매년 3월 정기총회에서 신입회원과 승급회원을 소개하고 그 해 의안을 심의한다. 또 회장단과 감사, 고문 등 10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뒀다. 상반기, 하반기마다 임원회의도 열고 있다.

임원진은 40여명으로 후원금 외에 임원기금도 납부한다. 후원금이 잘 모이지 않은 해에는 임원진들이 특별 후원금을 걷기도 했다. 사무국이 후원금 관련 회계처리와 회원관리, 운영 등 사업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후원회장은 정기총회에서 추대한다. 현재 회장은 중견그룹 미디어윌 창업주인 주원석 회장(사진)이다. 강희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박혜성 아마도예술법인 대표,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천석규 천일식품 대표, 황인규 씨엔씨티마음에너지재단 이사장 등이 부회장단을 구성했다. 전대 후원회장인 박선주 변호사와 최종률 전 예술의전당 사장 등은 고문으로 있다.

특히 최종률 고문은 이종덕 사장을 제외하면 예술의전당 사장을 역임한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후원회에 몸 담았다. 중앙일보 편집인, 경향신문 사장, 한국신문협회 회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후원회에 가입해, 임기를 마칠 때 퇴직금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기도 했다.

◇홍라희 전 관장, 유일한 '누적후원금 5억' 회원

후원회원의 경우 올해 기준으로 251명에 이른다. 가입비에 따라 회원등급을 9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가입후원금과 연회비는 모두 기부금영수증이 발급되며, 후원금은 전액 누적해 승급할 때 반영한다. 가입비는 최소 1000만원에서 10억원 수준이다. 기존 300만원·500만원의 장미회원이 있었으나 2010년경 사라졌고 연회비 제도가 신설됐다.


현재 누적후원금 10억원인 무궁화(백) 회원은 한 명도 없고 무궁화(적) 회원 명단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유일하게 올라 있다. 가입비를 포함해 5억원 이상의 누적후원금을 냈다.

이밖에 무궁화(자) 회원은 주원석 후원회장, 정의선 회장, 박용만 전 회장, 대일건설, 신영애 아트실비아 재단 대표이사, 김일곤 대원문화재단 이사장, 서병기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영호 일산방직 회장, 박성희 꼬모아트옥션 대표이사,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이사, 박선주 법무법인 산경 대표변호사,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 박용만 전 회장은 2021년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올랐으며 후원회에는 지난해 가입했다.

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이종구 원장 역시 아직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원장과 천석규 대표, 강희철 변호사는 국화 회원(7000만원), 최종률 고문은 모란 회원(5000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후원금 전액 전당으로…지난해 8.7억 기부

후원금은 후원회원들의 가입후원금과 연회비 후원금, 객석기부 후원금, 부정기적으로 모금하는 특별 후원금 등으로 모금된다. 이렇게 모아진 그 해 후원금 전액을 예술의전당에 보내고 있다.


후원회가 지난해까지 예술의전당에 전달한 후원금은 10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3억6540만원)보다 5억원 많은 8억6600만원을 예술의전당에 후원했다. 2023년 예술의전당의 총 기부금 수입이 12억원이니 그중 70% 이상을 후원회가 지원한 셈이다.

올해 후원금 납부 명단을 보면 주원석 후원회장이 낸 금액이 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박정부 회장은 23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박기석 시공테크 대표와 황인규 씨엔씨티마음에너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1200만원을 기부했다. 이밖에 홍라희 관장과 천석규 천일식품 대표, 박희주 대일건설 회장 등도 각각 1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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