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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Briefing]하이젠알앤엠 "밸류 기대보다 낮아"공모 시총 1690억, EV/EBITDA 멀티플 33배 적용

성상우 기자공개 2024-06-13 08:50:0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재학 하이젠알앤엠 대표(사진)는 이번 공모 과정에서 산정된 자사 밸류에이션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개 석상에서 "공모가가 기대보다 낮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700억~800억원대 매출 외형에 매년 수십억원대 흑자를 실현 중인 하이젠알앤엠의 공모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1600억원대다. 이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데도 기술특례 등을 통해 더 높은 시가총액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반 상장이 특례상장에 비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김 대표의 언급은 지난 12일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 “33배의 멀티플이 적용된 밸류에이션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공모가에 만족하냐는 질문이라면 그렇지 않다. 기대한 것보다 낮다”고 잘라 말했다.

하이젠알앤엠은 오는 13일까지 기관 대상 수요예측과 18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을 거친 뒤 이달 내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IR 설명회를 다녀보면서 알게 됐다”면서 “다들 하이젠알앤엠 액추에이터의 차별화점이 뭐냐고 물어보더라. 엔지니어들끼리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투자자들 입장에선 모를 수 있는 것들이니 잘 설명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타사 기술 대비 자체 기술력의 우수성을 감안하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것 같다는 취지의 얘기다.

주관사가 산정한 하이젠알앤엠의 공모 시가총액 범위는 1389억~1698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상각 전 이익(EBITDA)'에 33.44배의 멀티플과 19.13~33.83%의 할인율을 적용한 수치다.

상대가치법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EV/EBITDA'를 툴로 활용한 배경은 밸류에이션 극대화를 위한 방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젠알앤엠의 연간 실적 추이를 보면 매년 순이익보다 EBITDA가 더 크게 나오는 구조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순이익과 EBITDA는 각각 26억원, 62억원이다.

하이젠알앰엠의 경우 일반 상장이기에 기술 특례와 달리 추정 실적이 아닌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이 이뤄졌다. 상대가치법을 활용하려면 이익, 매출 지표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는데 EBITDA가 밸류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수치였던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신고서에 가치평가 툴로 EV/EBITDA를 활용한 이유가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산업적 특성 때문'이라고 적었다. 다만 김기진 하이젠알앤엠 부사장(CFO)은 "감가상각비에 대해선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다.

피어그룹 역시 단 2곳(에스피지, 라온테크)만을 선정하면서 33배의 멀티플을 뽑아냈다. 기준 지표가 순이익과 EBITDA로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국내 증시 로봇섹터의 평균 PER가 20배 초반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높다고 봐도 무리없는 멀티플이다.

그럼에도 하이젠알앤엠 시가총액은 1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최근의 상장 사례를 비롯해 코스닥의 동종 섹터 상장사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울 수 있는 수치다.

최근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로봇 업체 엔젤로보틱스의 경우 공모 과정에서 2800억원대의 시가총액이 결정된 바 있다. 지난해 51억원의 연매출과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곳이다. 하이젠알앰엔 외형의 약 15분의 1 수준이며 설립 이래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지난해 130억원대 매출에 170억원대 순손실을 낸 또 다른 코스닥 로봇업체 뉴로메카의 시가총액은 3300억원대다. 지난 2022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곳이다. 당시 공모 시총이 밴드 상단 기준 1800억원대였는데 직전 연도 실적은 연매출 74억원에 순손실 66억원이었다. 그밖에 실적은 훨씬 저조하지만 하이젠알앤엠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시가총액을 책정받은 로봇 섹터 특례 상장 업체는 더 있다.

이익 창출 역량이 이미 검증된 흑자 기업임에도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 특례 상장 업체들보다 공모 과정에서 더 평가절하된 셈이다. 일반상장이 특례상장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IPO업계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측면만 보면 기술 특례가 더 유리한 건 맞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흑자 기업임에도 기술성 평가를 받고 특례 상장에 나서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실제 기술 보유 여부가 중요하고 기술성 평가 등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굳이 그 과정을 겪기보단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반 상장을 추진하는 흑자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의 기준 지표가 일반 상장의 경우 과거 실적이 되고 특례 상장(기술 특례, 테슬라 트랙)의 경우 미래 실적 추정치라는 점에서 결과값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 실적 추정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희망적 가정이나 일부 자의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흑자 기업도 기술특례 트랙을 밟을 수 있지만 하이젠알앤엠은 일반 상장을 택했다. 김기진 CFO는 이에 대해 “밸류에이션 디테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도 “기술 특례의 경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데 막상 차이나는 건 없다고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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