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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 "서울대 '스낵', 스탠포드 AC 카디널벤처스 꿈꾼다"박주호 대표 "리스크 제거, 밀착 지원"…국내 최초 학생 액셀러레이터 눈길

이영아 기자공개 2024-06-27 08:20:5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학생이 주축이 된 액셀러레이터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벤처 원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대다수 학생 액셀러레이터는 네트워킹에만 주력하고 있다. 스낵은 프로 못지않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업계 새로운 물길을 열겠다."

박주호 스낵(SNAAC) 대표의 말이다. 스낵은 서울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대학생 액셀러레이팅 단체다. 2022년 설립됐지만 불과 2년 만에 30여곳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주목받았다. 달파와 옵티마이저를 비롯해 모험자본 시장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을 여럿 발굴했다.

스탠포드 대학교 '카디널벤처스'를 뛰어넘는 벤처 생태계를 꿈꾸며 출범했다. 꿈은 현실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먼저 스낵의 문을 두드릴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스낵 졸업생들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벤처캐피탈(VC) 심사역으로 활약하며 생태계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학교 벤처투자학회 '스낵' 운영진 /출처=스낵 제공

◇국내 최초 학생 액셀러레이터 출범

더벨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카페에서 스낵 구성원들을 만났다. 박주호 스낵 대표(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남인 부대표(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 김재우 파트너(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안준영 파트너(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가 참석해 인터뷰에 응했다.

서울대학교 벤처투자학회 스낵은 지난 2022년 출범했다. 국내 최초 대학생 액셀러레이터로 관심을 받았다. 아직 창업기획자(AC) 라이선스를 획득하진 않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박 대표는 "AC 설립을 위한 자본금(1억원) 및 상근인력(2인 이상) 요건이 재학생이 충족하긴 까다로운 조건"이라며 "졸업생을 꾸준히 발굴하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에 힘 쓰다 보면 2030년쯤 AC 라이선스 공식 취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되는 스낵은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넥스트 스텝(NAACst STEP)'과 네트워크 프로그램 '스낵풀(SNAAC Pool)' 등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난 2년간 325개 창업팀을 지원했다. 액셀러레이팅은 33팀 이상, 파트너 VC를 통한 후속 투자 유치율은 60% 이상에 달했다.

스낵 구성원들은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차별점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디마이닝(Deminig)' 세션이다. 디마이닝은 사전적으로 '지뢰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스낵 구성원은 극초기 창업팀 대한 위험 요소를 나열하고, 각 위험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왼쪽부터) 안준영 파트너, 남인 부대표, 박주호 대표, 김재우 파트너 /출처=스낵 제공

박 대표는 "운영진이 각각 한 곳의 스타트업을 맡아 그로스파트너로 붙어서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프로젝트(PJT)를 기획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운영진이 현장에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리서치를 하거나 같이 피칭 전략을 세우기도 하는 등 밀착 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지분희석 없는 투자를 집행하는 점이다. 넥스트 스텝 참가자가 데모데이에서 1, 2등 상을 받으면 상금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지난달 24일 5회차 데모데이 대상은 팀로보틱스, 최우수상은 파도가 차지했다. 이들은 각각 2000만원, 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안 파트너는 "학생 액셀러레이터의 장점은 일반적인 VC나 액셀러레이터보다 특정 스타트업에 할애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딜소싱부터 심사까지 사전 조사를 꼼꼼하게 하고, 10장 이상 보고서를 작성하며 창업팀 장점과 단점, 산업 특성을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미 성과는 가시화하고 있다. 2022년 스낵을 찾았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달파'는 프리 시리즈A로 12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옵티마이저 AI는 올해 미국의 유명 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로부터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릴리브AI는 두나무앤파트너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VC 6곳 파트너십 눈길, 전문성 강화

재학생 중심 벤처투자학회가 직접 액셀러레이팅에 나설 수 있던 배경은 파트너십에 있다. 스낵은 국내외 주요 VC 6곳을 파트너사로 둔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두나무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뮤렉스파트너스 △CJ인베스트먼트 등이다.

대학생이 주축이 된 벤처투자학회에서 몇천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마련하는 일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표는 "파트너 VC로부터 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해왔다"라면서 "누적 조달금은 4억원 규모로, 모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에 활용됐다"고 했다.

스낵의 '밀착지원' 액셀러레이팅이 파트너 VC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남 부대표는 "운영진이 각각 스타트업 한 곳을 담당하며 버티컬(특화) 조사를 꼼꼼하게 진행한다"면서 "투자 이력이 없는 서울대 초기 창업팀을 확보했기 때문에 투자사의 관심도가 높다"고 전했다.

'넥스트 스텝' 데모데이 현장 /출처=스낵 제공

재학생들로 이뤄진 만큼 대표를 포함한 운영진이 1년마다 바뀌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스터디를 진행한다. 각자의 관심사, 전공 등을 살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분석한다. 박 대표는 파도(AI 어시스턴트 개발), 남 부대표는 트레독스(AI 기반 무역서류 검토), 김 파트너는 앱빌챗(채팅 형식 앱 개발), 안 파트너는 시드케이(농업 관리 플랫폼)를 각각 담당하며 밀착지원하고 있다.

현재 활동기수는 5기이다.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창업을 경험했거나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김 파트너는 "벤처 투자나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재학생이 현장과 밀착해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는 것이 여타 VC와 차별화되는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30여명이 스낵 운영진으로 활동하거나 졸업했다. 스낵 졸업생 대다수는 창업 생태계로 흘러들어가 활약하고 있다. 1기 김예은 대표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2기 신세명 대표는 캡스톤파트너스 심사역으로 활동 중이다. 5기 운영진 모두 졸업 후에도 생태계에 몸담겠다는 각오다.

실리콘밸리 카디널벤처스 이상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카디널벤처스는 스탠포드 학생들이 주축이 된 액셀러레이터다. 스탠포드 창업자 중심 네트워크로 정평이 나있다. 150여곳 스타트업이 카디널벤처스를 거쳤다. 세콰이어캐피탈, 와이콤비네이터, 베인캐피탈벤처스 등 굴지의 VC로부터 10억달러(약 1조3887억원) 펀딩에 성공했다.

안 파트너는 "스낵 알럼나이(수료생) 모두가 네트워크"라며 "갈수록 더 많은 운영진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 담고 활약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제이커브(J커브)'를 그리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부대표는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지향한다"며 "단순 네트워킹을 넘어선 밸류애드를 제공하는 전문성 있는 하우스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험자본 시장에 데뷔하기 이전 '최종점검' 하우스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스낵은 '피트스탑(Pit stop)'을 지향한다"며 "속도가 생명인 F1 경기에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타이어 교체, 수리 등을 위해 일시 정지하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체계화되지 않은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진단, 제거해 질주를 돕겠다는 각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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