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최태원-노소영 재판 리뷰]SK 통신업 진출 '6공 특혜' 팩트체크 해보니④김영삼 정권서 인수전 참여, '승자의 저주' 논란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26 08:14:13

[편집자주]

재계가 '세기의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얘기다. 600억원대의 재산분할금이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커지면서 이번 소송은 개인을 넘어 재계 2위 SK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로 심화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황. 더벨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사업 부문에서 성공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고(최태원 SK그룹 회장) 집안과 피고(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집안의 인척 관계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최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SK그룹의 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위가 도움이 됐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1990년대 초 청와대에서 무선통신 기술을 시연했다는 점, 당시 통신설비 제조사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삼성과 LG 등 다른 대기업이 출사표를 내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일각에서 SK가 통신사업을 '혼수'로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SK가 통신업에 진출한 시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4년이었다. SK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당시 특혜 의혹을 씻기 위해 '승자의 저주' 논란이 일 정도의 거액을 베팅했다.

SK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미국 퀄컴과 통신 단말기를 적극 개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시 법 개정이 특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노태우 특혜 의혹에 '제2이통 사업권' 반납, 김영삼 정권서 재도전

SK그룹이 통신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시기는 1984년이다. 10년 후 먹거리를 고민하던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정보통신과 금융(증권)을 그룹의 미래 사업분야로 정했다. 반도체는 삼성이, 가전은 LG가 신사업으로 선점하고 있었다. 반면 통신은 기존 업계와 경쟁이 적은 데다 성장 가능성이 컸다.

당시 SK는 미주경영기획실 내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고 1989년에 미국에 유크로닉스를 설립했다. 1990년에는 미국 IT기업 CSC와 선경정보시스템을, 1991년엔 선경텔레콤을 차례로 설립했다.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2이동통신 사업권 허가 신청이 공표된 건 1992년 4월이다. 선경텔레콤은 그해 6월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권 확보전에 참여한다. 당시 포항제철(포스코)과 코오롱, 동양, 쌍용, 동부 등 6개 컨소시엄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은 사업권 허가 절차가 진행되기 전엔 1990년~1991년경 청와대에 가서 노 전 대통령에게 무선통신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1992년 8월 체신부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 심사 결과 SK를 최종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였던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와 언론들이 "현직 대통령 인척 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공격했다. SK는 결국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하고 통신사업 진출 시기를 차기 정권으로 넘겼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3년에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재추진됐고 제1이동통신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 선대회장의 지위가 걸림돌이 됐다. 그는 그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에 취임해 다시 한번 오해를 살 수 있는 위치였다.

이에 SK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한국이동통신 인수전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제2 이동통신 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600억원 정도가 필요했으나 한국이동통신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약 3500억원을 들여야했다.

1994년 1월 24~25일까지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공개매각이 진행됐다. 주식 공개매각 발표 전에 8만원대였던 한국이동통신의 주가는 30만원까지 올랐다. SK는 한국이동통신 주식 127만5000주(지분 23%)를 4271억원에 인수했다.

시가보다 높은 주당 33만5000원이 투입돼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입찰 기업들이 써낸 주당 평균가격은 18만7400원이었다. SK 입장에선 특혜 의혹과 비난을 씻어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던 셈이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2년 1월에는 신세기통신을 인수했다.

◇SK, 퀄컴과 단말기 협력...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후 개발 접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7월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설비 제조업자의 이동통신 사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담겼다. "설비제조업자가 대주주이거나 의결권있는 주식 등의 10분의 10을 초과해 소유하고 있는 법인이 특정 통신사업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통신설비 제조사는 삼성과 현대, 대우, LG 등이었다. 이들은 규정대로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하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법 개정이 SK를 위한 특혜라고 봤다.

그러나 SK는 통신장비 사업을 준비 중이었고 미국 무선통신 칩 기업인 퀄컴과 장비 개발을 위한 정식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단말기 개발을 위해 미국 통신기술을 연구하다 연이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퀄컴은 차세대 통신 기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로 통신장비 사업자의 이동통신 사업이 제한되자 단말기 개발 프로젝트를 접고 통신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