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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새로운 미래는 'BBC' 아닌 'ABC' AI·배터리·반도체 성장에 투자금 마련 1순위로 논의…바이오와 수소는 속도조절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28 08:04:3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와 화학, 통신사업으로 성장해온 SK그룹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시기는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부터다.

SK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LG실트론(현 SK실트론),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로 수직계열화를 이뤄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키웠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서는 데 일조했다.

반면 배터리와 바이오의 성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배터리 사업은 외형 성장은 이뤘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규모 투자로 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의 경우 그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분야였으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올 들어 속도조절 대상이 됐다.

그 사이 인공지능(AI)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불을 지폈다. SK는 신성장동력의 무게추를 BBC에서 'ABC(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로 옮겨 AI와 반도체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 수익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바이오와 수소, 친환경 사업 등은 내실 경영으로 속도조절에 나선다.

◇AI·반도체 투자재원 마련 제1과제로...바이오 등은 내실 다지기 우선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AI와 반도체 등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방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는 SK가 매년 6월 말 개최하는 최고경영진 회의로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 주요 연례행사로 분류된다.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이번 회의에서 AI와 반도체 투자를 1순위로 논의하는 건 향후 2~3년간 HBM(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 등 그룹 보유 사업의 성장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를 10배 이상 끌어올린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에 HBM을 처음 개발했다. 연산능력이 뛰어나 생성형 AI 학습용뿐 아니라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5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최 회장이 현재 미국에 있는 이유도 현지 빅테크 기업과 AI 부문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최 의장이 주도하는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도 경영전략회의 핵심 안건이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의 재무개선과 기업공개(IPO)를 위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이 검토된다. 재무적투자자(FI)에게 2026년 IPO를 약속한 SK에코플랜트에 SK머티리얼즈의 특수가스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붙이는 방안도 논의된다.

바이오와 그린(수소, 친환경 등) 분야 등은 속도조절 대상이라 투자 축소, 주요 자산 매각 등 내실 경영안들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영전략회의는 기본적인 경영원칙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회의 이후 계열사별로 검토하고 결정된다"고 말했다.

◇"원칙없는 투자 그만"...최창원, SK 경영원칙 'SKMS' 강조

최 의장은 CEO들에 SK 경영체계인 'SKMS'를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SKMS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정립한 경영체계다. 오너 2세로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더라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최 선대회장의 뜻에서 정립됐다.

SKMS(SK Management System)는 자율과 책임,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 실천 문화 등을 세세하게 적혀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일종의 'SK 바이블'로 통한다. 직원들은 SKMS를 제대로 숙지했는지 별도 테스트를 보기도 한다.

최 의장이 SKMS 정신을 다시 언급하는 건 원칙 없는 사업 확장과 무분별한 투자 등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배터리 소재(동박, 실리콘 음극재 등)와 전기차 충전, 수소, 친환경 플라스틱 등에서 계열사들이 중복 투자된 상태다.

2020년 전후로 그룹 내에서 선제 투자가 강조되면서 SK㈜와 주요 계열사 간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사한 신사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었다. 2022년부터 고금리 기조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투자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는 SK그룹의 약한 고리가 됐다. 최 의장이 올해 CEO들에게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여라", "비핵심 사업 정리해라", "차입금이 너무 많다" 등을 주문한 이유다.

경영전략회의 전후로 추가로 CEO 수시 인사와 계열사별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으나 최근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 대표이사 경질 이후 당분간 최고경영진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최근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최 의장에게 CEO들이 연말 인사에서 스스로 물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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