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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스타트업 견문록] '대구·경산'이 낳은 TCMS, 소부장 끝판왕 목표①연신 클립 부품사에서 시작, 분리막 소재 영토 확장…1만평 신공장 건설 '한창'

달서(대구)=이기정 기자공개 2024-07-01 08:33:27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5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TCMS'는 경상북도 경산에 본사, 대구광역시에 연구소와 공장을 두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 성주군을 가르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대구 서쪽 끝 달서구에 자리잡은 TCMS 공장을 만날 수 있다.

TCMS는 이차전지 공정에서 분리막을 고정해주는 부품인 연신 클립을 만드는 기업으로 시작했다. 사명인 TCMS가 'Tenter clip manufacture solution(연신 클립 제조 솔루션)'의 약자로 관련 분야에서 최고 업체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았다. 이후 연신 클립과 분리막 작업에 투입되는 장비를 직접 만들며 영토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분리막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소재 기업으로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회사는 하반기 이전을 목표로 경산시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연신 클립 대량 생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분리막 소재 양산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내년까지 내부 정비를 마치고 2026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 유일 분리막 클립 제조 기술력 보유, 불량률 줄이는 '꼼꼼함' 겸비

지난 12일 찾은 TCMS 공장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투박한 소부장 기업 공장 이미지와는 다르게 도심가에 위치한 세련된 건물 같은 모습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주변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언밸런스한 느낌도 들었다. 짧은 감상을 뒤로 하고 마중을 나온 신태용 대표(사진)와 함께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TCMS 공장 모습

손님을 맞이하는 프론트와 그 옆 경영관리팀이 머무는 공간은 휑했다. 별도의 직원 없이 TCMS의 핵심 사업 아이템인 분리막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벌써 경산으로 이사할 준비에 들어간 것 같다는 최대우 와이앤아처 상무의 설명을 들으면서 생산 시설이 위치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이앤아처는 TCMS의 첫 투자사로 회사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투자사다.

TCMS가 건설 예정인 신공장은 1만평 규모로 기존 공장(1200평) 대비 약 8배 이상 큰 규모다. 회사는 신공장 설립을 통해 연신 클립 캐파(생산능력)를 2배 이상 늘리고 장비 생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0년 설립 후 2년만에 대구에 공장을 마련했고 약 2년 만에 신 공장을 확보하게 된다. 현 대구 공장은 매각하거나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

TCMS 연신 클립

1층 안쪽 공간에는 공정을 앞둔 날 것 그대로의 연신 클립들이 있었다. 이후 TCMS의 세밀 공정을 거쳐 완전한 부품으로 거듭나는 구조다. TCMS는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에서 4번째로 연신 클립 상용화에 성공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TCMS MCT 장비

공정을 둘러보다 보니 얼마나 세심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각 공정 단계별로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일부 장비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세밀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 대표는 "투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같이 고가의 장비 확보는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라며 "가장 저렴한 장비 가격이 1억원을 넘고 가장 비싼 것은 2억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TCMS 정밀 제품 가공 연마기

공정 과정을 모두 둘러본 후 드디어 완성된 연신 클립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입구에서 봤던 부품과 비교해 확연히 정교해진 모습이었다. 신 대표는 해당 제품들은 기존 분리막뿐 아니라 코팅이나 섬유 등 산업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한켠에는 수출 예정인 연신 클립들이 파란색 비닐 속에 담겨 있었다. 이 부품들은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를 예정이다. 현재 TCMS의 매출 가운데 중국 분리막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나머지 20%는 국내 분리막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출구에서는 부품 불량률을 체크해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TCMS가 공장을 가동한 후 매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수출을 앞둔 TCMS 연신 클립

최 상무는 "다방면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TCMS에 투자한 것이 옳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며 "이외에도 회사는 투자금을 최대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투자사 입장에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장비 판매 임박, PI 소재 우수성 검증 완료

TCMS가 개발한 연신기술 장비는 아쉽게도 만나볼 수 없었다. 이미 생산 준비를 완료했지만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제작되다 보니 실물 제작에는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신 대표는 "장비 판매를 위한 계약 논의를 일부 대기업과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상층부는 분리막 소재 연구가 이뤄지는 장소다. TCMS는 낮은 내열성 등 기존 분리막의 한계를 극복한 폴리이미드(PI)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내부 성능 검사 결과 기존 분리막 대비 200도 이상 높은 온도를 버티는 등 성과를 확인했다.

신 대표는 "소부장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곳은 많지만 TCMS처럼 모든 분야에 도전하는 곳은 없다"며 "분리막과 관련해 전 과정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있기 때문에 고객사들에게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TCMS 3차원 비전 검수 측정기

◇와이앤아처·대경기술지주 조력자 역할 '톡톡'…경북 대표 기업 도약 포부

TCMS가 설립 초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액셀러레이터(AC) 와이앤아처,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 경북도, 대구시의 도움이 컸다. 먼저 와이앤아처가 이차전지 관련 시장 이해도가 높은 TCMS 구성원의 역량을 알아보고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와 컨소시엄(Co-GP)을 맺은 펀드로 첫 투자를 진행했다.

최 상무는 "TCMS는 초기 멤버 대부분이 이차전지 전문가들이었다"라며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가 지역 대학들과 기술 연계를 담당하고 와이앤아처가 시장 확대를 지원하면 성장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도 TCMS는 확고한 전략을 바탕으로 단계별로 성장을 지속해왔다"며 "만약 처음부터 분리막 소재에 도전했다면 위기가 올 수도 있었겠지만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신 클립 부품부터 시작해 장비, 소재로 영토를 확장하며 투자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경북 및 대구와 관련이 있는 여러 투자사들이 TCMS의 조력자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인라이트벤처스가 투자와 네트워크 확장에 도움을 줬고 포스코기술투자와 iM투자파트너스가 투자사로 있다. 또 IBK기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 기관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신 대표는 "와이앤아처가 경영부터 재무, 회계, 시제품 제작 등 모든 과정을 초기부터 도와줬다"며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경북테크노파크 등에서 제공하는 매칭데이, 자금 지원 등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북도와 경산시가 신공장 증설과 관련해 대규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부지 매입을 도와주면서 스케일업 기회를 맞이했다"며 "경북 스타트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역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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