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존 F. 케네디는 미국 국립예술센터 건립을 강하게 주장했던 대통령이다. "나는 사업이나 국정에서처럼 예술적 성취도 보상하는 미국을 고대합니다." 그가 1963년 애머스트 연설에서 했던 말은 아직도 케네디 센터의 벽에 웅장히 새겨져 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케네디 스스로는 예술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클래식 음악, 오페라에 감동하지도 추상예술에 공감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과학이나 스포츠를 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예술을 존중했을 뿐이다.
게다가 냉전시대 그의 열망은 예술 자체보다는 예술을 통한 미국적 성취에 쏠려 있었다. 음악가와 자주 어울렸으나 의미있는 규모의 정치적 자본을 문화예술분야에 투입한 적도 없다.
케네디가 총격으로 사망한 후 그 과제는 린든 B. 존슨이 넘겨받는다. 오래 미뤄진 국립예술센터(케네디 센터)를 존슨 때 착공했다. 하지만 원래 존슨은 텍사스 농장 출신이라 문화예술과 그리 가깝지 않았다. 예술단체 지원이 정당한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의문을 묻는 연구를 경제학자 윌리엄 보멀에게 맡겼다.
당시 나온 이론이 '보멀의 비용질병'(Baumol's cost disease)이다. 예술의 경제학을 연구하던 보멀은 놀라운 사실을 알아챈다. 음악가들의 생산성이 수 세기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토벤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음악가는 1865년에도, 1965년에도 4명이고 연주시간도 동일했다.
그런데도 1965년의 연주자들은 100년 전보다 더 비싼 임금을 받았다. 다른 분야에서만 임금이 오르면 음악가들이 연주를 관두고 거기서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예술기관이 연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임금을 올려줘야 했다. 예술공연 비용이 수익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여기에 있다.
보멀의 이 이론은 정부, 사회적 지원이 문화예술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근거로 여전히 쓰인다. 얼마 전 만난 교향악단 관계자는 "국내 오케스트라가 200여개 되지만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 곳은 얼마 안된다"며 "가끔 관리회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인건비 계산을 안하고 '이번 공연은 수지가 맞았다'는 턱도 없는 이야길 하는데, 절대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그나마 서울시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176억원을 서울시에서 지원 받았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세금으로 그 임금을 받아가는게 맞느냐'는 논란에 시달린다. 흩어졌다가 일이 있을 때만 모이는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도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러니 정명훈 같은 지휘자는 향후 30년은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업계의 중론은 이렇다. "클래식음악은 자생력이 없어요. 산업이 아니라 문화유산입니다. 지켜야하는 인류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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