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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위기 의식' thebell note

김소라 기자공개 2024-08-14 08:17:16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모든 게 위기다. 더 이상 이 산업에서 가시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내부에서 계속 강조하는 도전과 혁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방증한다."

전통 화학 산업을 모태로 하는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근래 사내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60~70년대 한국의 비약적 경제 발전을 주도한 산업화 역군 같은 비장함이 감돈다는 설명이다. 업황이 글로벌 시장 등 대외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만큼 당장 수익성 개선을 위한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움은 모두의 몫이 됐다.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사옥의 불과 이른 오전 시간 출근이 흔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주인 의식을 갖자는 구호 아래 임직원 모두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신규 판로 개척을 위한 해외 출장도 이전보다 더 잦아졌다.

회사는 업무 공간을 통해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조성하고 있다. '책을 읽자', '운동을 하자'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문하는 메시지를 십계명처럼 벽에 붙여뒀다. 올 초 제작해 그룹 전체 배포한 사내 굿즈 역시 화제였다. 열정을 독려하는 문구가 포스트잇, 마스킹 테이프 곳곳에 프린팅됐다. 특히 포장된 용품 중 거울을 두곤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나태해진 나를 돌아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관리자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이 관계자는 "예전엔 과·차장급만 돼도 비교적 업무에 대한 부담은 줄었는데 이젠 사뭇 달라졌다"며 "올해 1박 2일 임원 워크숍에선 임원들이 직접 PPT 자료를 만들고 다음날 발표하는 전에 없던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계 40위권 차량 부품 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회사가 임원에게 더 많은 책임과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무 환경도 새롭게 조성했다. 주요 계열사 및 각 부서별 임원을 한 층에 모두 모아뒀다. 해당 층은 일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좌석과 회의 공간으로만 단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상호 간 유기적 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상장사는 결국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본업의 탁월한 성과로 수익을 창출하고 효율적인 자본 배치를 통해 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주주에게 더 많은 효익을 되돌려줄 수 있는 길이다.

모두가 힘드니 우리도 힘들다고 손 놓고만 있는 것이 아닌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는 이들의 태도가 빛난다. 지금의 선택과 결단이 장기적으론 아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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