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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리밸런싱' 승부수]역사적 저점 향한 주가, 오를 일만 남은 이유③전기차 캐즘 이후 '셀-소재-폐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 성장성 기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21 14:13:36

[편집자주]

SK그룹의 미래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는 에너지-통신-반도체에 이어 SK가 낙점한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수년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SK온 구하기'는 어느덧 그룹 차원의 과제로 부상했다. SK가 장고 끝에 내놓은 묘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더벨은 배터리 전환 '딥체인지'를 완수할 통합 SK이노베이션의 현황과 외부 평가, 시너지 효과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연초부터 내리막을 걸어왔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중간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저점이다. 배경엔 역시 배터리 사업 부진이 있다. 반대로 배터리 부담을 적정선에서 통제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을 버티기만 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강점인 SK E&S와 합병으로,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과 합병으로 각각 단기적인 재무부담에선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회는 다시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할 때다. SK그룹은 그간 구축해 온 전기차 배터리 소재-셀-폐배터리 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부진 우려 반영된 주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9일 전 거래일보다 2100원 내린 10만200원에 장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달 초에는 장중 한때 9만원대 초반까지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다. 중간지주사 출범 이후 역대 넷째로 낮은 저점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어느새 1배 미만을 넘어 0.5배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한참 낮게 형성돼있다는 의미다.

2007년 이후 SK이노베이션 주가 흐름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진 배경엔 적자를 기록 중인 배터리 사업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이익 전부를 기존 정유, 석유화학 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배터리(SK온)와 소재(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업은 모두 적자였다.

이는 배터리 사업 실적의 정상화가 주가 상승의 선결 조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전기차 업황 둔화 등으로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마저 올 2분기 적자(미국 IRA 세제혜택 제외 시)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작금의 위기가 개별 기업 스스로 이겨내기에는 불가항력적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으로,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살림을 합쳐 재무 리스크를 완화할 길을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은 도시가스와 LNG 발전 사업을 사업 포트폴리오로 편입해 유가에 민감한 주력 사업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게 됐다. SK온은 상대적으로 수익 창출력과 현금보유량이 높은 계열사들이 흑자전환에 힘을 보태면서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고 모회사 출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E&S를 흡수합병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듯, SK온 역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해 자체 현금흐름을 개선할 전망"이라며 "SK온에 6000억~7000억원 수준의 현금흐름이 추가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캐즘' 버티면 배터리 밸류체인 시너지 창출 기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구간을 지나면 SK온의 실적은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가 잘 팔리고 시장이 활성화한다는 건 대규모 투자로 확보한 SK온의 배터리 공장들이 바쁘게 돌아간다는 의미한다. 가동률이 높아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수익성이 확대된다.

SK온은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기차 침투율은 6.8%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30년까지 미국 전기차 침투율은 30~4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일찍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남동부 지역 '배터리 벨트'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다. SK온은 현재 조지아주에 자체 공장 2개를 2022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1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10GWh, 2공장 12GWh 수준이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산 35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 4분기 가동이 목표다. 포드와는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해 미국에 총 3개의 공장(켄터키주 2개, 테네시 1개)을 건설하고 있다. 3개 공장 합산 생산 규모는 120GWh 이상이 될 전망이다. 켄터키 1공장, 테네시 1공장이 내년에 먼저 가동된다. SK온은 2025년 이후 미국에서만 18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는 제도적 이점도 기대 요인이다. IRA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과 모듈 등에 첨단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는데 셀은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1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올 2분기 SK온의 AMPC 수혜 규모는 1118억원이었다. 증권가 일각에선 미국 공장들이 전부 가동되는 2026년 SK온의 연간 AMPC는 최대 6조8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온의 완생은 그룹의 배터리 밸류체인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그룹 내 배터리 밸류체인은 배터리 소재와 셀, 폐배터리 재활용에 걸쳐 있다. 소재의 경우 지주사 SK㈜ 사내독립기업(CIC) SK머티리얼즈가 경북 상주에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설립해 생산에 나섰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주행 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돼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와 동박 생산을 담당한다. SKC 산하 SK넥실리스는 국내 정읍 외에도 폴란드, 말레이시아에 동박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분리막 생산능력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생산능력을 보유한 회사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경우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어센드엘리먼츠와 함께 미국 켄터키주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는 싱가포르에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SK그룹이 전기차 수요만 회복하면 배터리와 관련한 전천후 포트폴리오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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