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우리카드 CEO의 조건, 옅어지는 출신 성분학벌보다 출신은행 중시 관행 희석…은행장·지주 회장 출신보다 능력 위주 재편
김보겸 기자공개 2024-08-30 12:39:54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07: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카드의 대표이사(CEO)는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출신 학교보다도 중요시돼 왔던 건 어느 은행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뗐느냐다. 우리은행장이나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본인과 같은 은행 출신을 우리카드 대표로 보내는 경향이 있어 왔다.현재도 우리카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장남'으로 표현할 만큼 그룹 내 기여도가 은행 다음으로 크다. 다만 우리카드의 지리한 계파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임 손태승 우리은행장 시절 같은 출신인 한일은행뿐 아니라 상업은행 출신인 김정기 사장을 우리카드 대표로 앉힌 사례가 있는데다, 16년 만에 외부 출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맞이하면서다.
◇한일·상업 번갈아 가며 선임…실적 위주 인사로 전환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했다. 11년간 6명의 대표이사가 나왔다. 처음 사장에 선임될 때 나이는 57~59세로 50대 후반 대표들이 경영일선에 나서 왔다. 이들의 출신 학교는 겹친 적이 없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계명대, 충북대와 국민대가 각각 1명이다. 우리카드의 역작인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정원재 전 대표는 우리카드 사상 최초의 고졸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보다 중요한 건 어느 은행으로 입사했느냐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 합병해 탄생했다. 이후 현재까지 상업·한일 계파를 안배한 인사가 우리카드까지 미쳐 왔다.
초대 사장인 정현진 우리금융 부사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정 전 사장은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직을 내려놨다. 같은 한일은행 출신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2013년 6월 퇴임하고 그 자리를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회장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대표 자리는 실적과 상관 없이 우리은행 인사와 맞물려 왔다. 호실적을 내고도 1년4개월 만에 교체된 강원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강 전 대표는 이순우 회장과 같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2013년 9월 우리카드 수장에 올랐다.
취임 1년여 만에 '가나다 카드'로 시장점유율을 1% 넘게 끌어올리는 등 우리카드의 DNA를 바꾼 인물로 평가되지만 그 역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14년 12월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에 합병되면서 지배구조 변화의 파도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업력 입증하면 3년 연임…파벌 마침표 찍을까
다만 우려를 안고 취임한 유구현 전 대표가 영업력을 입증하면서 우리카드 대표의 단명 징크스를 끊어냈다. 상업은행 출신 유 전 대표는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다. 잦은 리더십 교체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우리카드 내부 우려의 목소리를 고려해 강 전 사장의 경영전략을 유지하며 조직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유 전 대표의 뒤를 이은 정원재 전 대표 역시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정 전 대표는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 때문에 다시 우리카드 대표가 행장 출신을 따라간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력 하나로 논란을 잠재웠다. 우리은행 시절부터 영업에 도가 텄다는 평이 따른 정 대표의 영업력이 우리카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정 전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디자인부터 서비스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타격이 컸던 와중에도 성과를 인정받아 3년 임기를 채웠다.
안정을 찾은 우리카드의 선택은 다시 상업은행 출신이었다. 비록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출신은 다르지만 깊은 신임을 얻은 김정기 전 대표가 자리를 채웠다. 김 전 대표는 우리은행에서 영업기획팀과 전략기획부, 영업지원부문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쟁쟁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기도 했던 은행 내 '2인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손태승 회장 측근이라는 꼬리표가 발목을 잡았다. 전임자들이 2년 임기 후 1년을 연임해 왔지만 금융위원회가 손태승 회장에게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김 전 사장의 연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선 깜짝 인사에 나섰다. 박완식 우리카드 현 대표는 손태승 전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의 영업통이다. 통상 카드업황이 나빠지면 리스크 관리와 전략 등에 강점이 있는 '전략통'을 선임할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영업통 인사를 전격 발탁한 것이다.
우리카드에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해묵은 계파 갈등이 끊어질지 주목된다. 임종룡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에서 시작해 기획재정부 제1차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외부 관료 출신으로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 갈등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합병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한일과 상업은행 갈등은 여전한 모습이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상업은행 출신들의 보복성 제보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취임 직후 임 회장은 계파 갈등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로 2년 임기를 마치는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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