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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M&A 승부수]'현금성 자산 회복세' 보수적 투자 기조 깼다①2021년 736억→2023년 2145억, 동종기업 인수 볼트온 가능성

변세영 기자공개 2024-09-20 07:27:44

[편집자주]

맥주 '외길인생'을 걷던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를 발판으로 글로벌 수출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더벨은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사업 방향 등 시나리오를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공식적으로 '소주'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그간 오비맥주가 M&A 등에 매우 보수적인 기조를 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발판 삼아 향후 크고 작은 딜을 잇달아 단행해 '볼트온(Bolt-on)' 전략을 취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신세계엘앤비가 전개하는 소주업체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소주가 보유한 용지와 설비시설 등을 양수하는 조건이다. 인수가액 규모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0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 지분 100%를 약 190억원에 인수하며 소주사업에 진출해 ‘푸른밤’을 선보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특별히 애착을 보유한다고 알려지면서 ‘정용진 소주’로 통하기도 했다. 다만 실적은 따라주지 못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누적 매출액은 15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430억원을 상회했다. 적자가 이어지자 2020년 3월 국내 소주사업을 철수하고 수출용 소주 ODM 사업만 영위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전문 기업으로 대표 제품인 카스를 필두로 한맥,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폭넓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해외사업 확대 및 새로운 먹거리 탐색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소주사업을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M&A는 오비맥주의 신사업 진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오비맥주는 그간 주류업계에서 보수적인 재무 기조로 M&A나 신사업 투자 등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999년 12월 ㈜진로로부터 카스를 전개하는 카스맥주(옛 진로쿠어스맥주)를 인수하며 맥주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카스를 등에 업고 당시 원톱이었던 하이트맥주와 맥주 ‘2강’ 체제를 확립했다.

이후 장기간 별다른 M&A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2019년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자회사 제트엑스벤처스가 소규모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핸드앤몰트를 품었다. 그러다 5년 만에 오비맥주 주도로 이종사업인 소주업체 M&A에 나서게 된 상황이다. 제주소주 인수가 특별하게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오비맥주가 제주소주의 한국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그간 제주소주는 ODM 물량이 100% 수출용으로 국내유통은 전개하지 않았다. 오비맥주와 제주소주가 한 몸이 된 만큼 오비맥주의 영업망을 활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공장 확장 등을 통해 위스키 등 기타주류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과거 신세계엘앤비는 ‘제주 위스키’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신청하는 등 위스키 사업 진출을 고려했지만 실제 이어지진 못했다.

추가적인 M&A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키우기 위해 지역 소주 등을 추가적으로 인수해 볼트온하는 시나리오다. 과거 카스맥주를 인수하면서 맥주업계 양강체계로 올라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빅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로나 기간 빠르게 고갈됐던 현금성자산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투자여력이 생긴 것도 긍정적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까지만 해도 오비맥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95억원에 달했다. 이듬해부터 팬데믹 여파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지고 돈이 돌지 않으면서 2020년 1057억원, 2021년 736억원까지 줄었다.

2022년을 기점으로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반등세에 접어 들었다. 2022년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 2023년에는 2145억원까지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 수준은 아니지만 곳간 사정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 하고자 제주소주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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