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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신한EZ손보 '이제부터가 시작', 강병관 대표 연임 여부에 시선⑥8분기동안 손실만 243억 누적…IT시스템 구축 완료, 장기보험 진출 공로

강용규 기자공개 2024-09-20 10:51:26

[편집자주]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막이 올랐다. 이번 자경위에서 계열사 CEO 14명 중 12명이 연임 또는 교체 기로에 서 있어 큰 장이 섰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의중이 온전히 반영되는 첫 자경위라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진 회장은 경영진 새판짜기에 돌입할까. 현 신한금융 계열사 CEO들이 임기 중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경영 성과를 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4: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자경위에서 실적 성과와 전략적 성과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EZ손보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실적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신한EZ손보가 디지털 보험사로 재출발하는 기반을 닦은 공로가 있는데다 새로운 성장전략을 실행하는 단계에 이제 막 들어선 만큼 정상 참작의 여지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기대 속에 영입됐지만 실적 성과는 마이너스

현재 신한EZ손보를 이끌고 있는 강병관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으로 2022년 5월 BNP파리바카디프손보(현 신한EZ손보) 인수추진단장 겸 사장 후보로서 신한금융그룹에 영입됐다.

카디프손보가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2022년 7월 신한EZ손보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강 사장도 정해진 수순대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로 앞서 10일 가동을 시작한 신한금융 자경위의 연임 검토 대상 CEO 12명에 속한다.

신한EZ손보의 최초 시작은 2003년 다음과 LG화재(현 KB손보)가 합작해 만든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으로 자동차보험 전문사였으나 2008년 독일 에르고에 인수된 뒤로는 종합손보사로 업종을 변경했다. 2014년 경영권이 프랑스 BNP파리바로 넘어간 뒤로는 기업보험이 주력이었다.

이처럼 신한EZ손보는 여러 차례 손바뀜 속에 주력 분야가 잇따라 바뀌어 온 보험사다. 달리 말하면 뾰족한 강점을 보유하지 않은 보험사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신한금융이 카디프손보의 인수를 추진하던 당시 업계에서는 당국이 신규 손보사의 시장 진입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상황에서 손보사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강점이 없었던 신한EZ손보에 대해 신한금융이 수립한 성장 방향은 '디지털'이었다. 강 사장은 삼성화재에서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된 디지털 손보사 설립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의 영입을 결정한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역시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강 사장이 지휘한 신한EZ손보는 지주 실적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올 2분기 순손실 51억원을 포함해 2022년 7월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로 8개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243억원이다.

신한EZ손보를 포함한 국내 5개 디지털 보험사들은 모두 출범 이후 적자만을 누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연내 흑자전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강 사장이 적어도 실적을 통해서는 연임의 근거를 만들기가 어려울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강 사장이 외부 출신 인사로 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기업집단 산하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성장 방향성과 연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경우 그룹 의사결정 참여자들과의 관계는 계열사 CEO의 연임과 교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 통상 이 부족한 관계성을 메워주는 요인이 실적이지만 강 사장은 여기서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료=신한EZ손보)

◇실적만큼 중요한 '개척 활동' 공로 평가는

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한EZ손보가 사실상 신생 보험사로 출범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초기 기틀을 다진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다.

강 사장으로서는 신한EZ손보 대표이사에 오른 뒤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기업보험에 주력했던 카디프손보를 일반 소비자 대상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 사장은 출범 초기 신한EZ손보에서 단기 미니보험 중심의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전략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그렇게 고객을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올해 실손보험 등으로 사업 분야를 장기보험 쪽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단기보험은 CSM(보험계약마진)을 축적하기가 어려워 CSM 상각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수익구조를 수립할 수가 없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사는 설계사가 아닌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약관이 복잡한 장기보험을 취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강 사장 체제에서 신한EZ손보는 이 한계를 점차 극복해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보험사 서비스의 핵심은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청약과 심사, 보험료 지급 등 기능을 모두 갖춘 IT시스템이다. 신한EZ손보는 올 5월에서야 이 시스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이를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강 사장은 시스템 구축 기간을 당초 예상 기간인 15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했으며 이를 클라우드화하는 작업도 1개월로 마무리하는 등 속도 측면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신한EZ손보는 그동안 디지털 보험사로서 기틀을 다져 왔으며 본격적 경영은 이제서야 첫 발을 떼는 단계"라며 "지금까지에 대한 평가는 실적만큼이나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에 얼마나 합치했는지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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