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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키맨 열전]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자동차 넘어 국방·원전까지, 핵심 산업 SW 검증“①디지털 시대, 먹거리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 주목

이종현 기자공개 2024-09-25 08:50:55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DX)이라는 뉴 패러다임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항공우주, 유통, 금융, 의료 등 산업 전반이 소프트웨어 중심(Software Defined)으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독식한 시장에서 국내 알짜 SW 기업도 저마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더벨이 변혁기에 들어선 SW 생태계의 '키맨'을 찾아 국내 산업 현주소와 미래를 그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3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나 항공우주, 원자력과 같은 영역의 기술은 약간의 오류도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소프트웨어(SW)라고 지칭된다. SW 개발 단계에서부터 실제 적용까지 엄격한 점검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안정성을 위해 외부 전문 조직에게 검증을 의뢰하기도 한다. SW에 대한 확인·검증(Verification&Validation, V&V)을 전문으로 하는 슈어소프트테크(이하 슈어소프트)가 활약하는 무대다.

배현섭 슈어소프트 대표(사진)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요구되는 신뢰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PC 환경에서 사용하는 SW의 경우 1년에 1번 정도 버그가 날 수준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개발한다. 하지만 자동차나 발전소, 비행기, 국방과 같은 영역에서는 1년에 1번의 오류도 용납할 수 없다. 더 엄혹한 환경에서도 SW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슈어소프트는 2002년 설립한 SW 검증 플랫폼 기업이다. KAIST 박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배현섭 대표가 창업했다. 주요 기술 인력 대부분이 KAIST 출신으로 초창기부터 함께했다. 스팩합병을 통해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핵심 사업은 SW를 구성하는 소스코드에 대한 분석이다. 소스코드의 실행 없이 개발 과정에서 오류를 확인하는 작업(정적 분석)과, 코드 실행 후 정상적인 동작을 확인하는 작업(동적 분석)을 모두 수행한다. 대표 제품은 정적 분석 툴 '스태틱(STATIC, 구 코드스크롤)'과 동적 분석 툴 'CT(구 컨트롤 테스터)' 등이다.

배 대표는 "슈어소프트를 창업하고 처음 만든 제품이 스태틱이다. 사람이 일일이 코드를 살펴서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SW가 코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잡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첫 출시 후 꾸준히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왔고, 지금은 매출의 40%가량을 책임지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전 산업에 디지털 기술이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SW가 적용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코드에 결함이 있을 경우 취약점으로 작용해 해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기에, 대부분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앱)은 SW 검증 작업을 거친다. 다만 슈어소프트가 타깃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도가 높은 교통·에너지·국방 등 분야다.

배 대표는 일반적인 SW와 미션 크리티컬한 영역의 SW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HW와 SW가 결합된 '임베디드 시스템'이라는 점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나 노트북 등과 달리 하드웨어 제품 자체에 SW가 탑재된 형태다. 자동차를 비롯해 TV, 세탁기, 청소기와 같은 가전기기도 자체 SW를 탑재한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항공기나 발전시설 등도 이에 해당한다.

검증해야 할 SW가 많을수록 슈어소프트의 사업 기회도 다양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배 대표는 "예전에는 임베디드 SW를 탑재한 제품은 판매 후 업데이트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듯, 커넥티드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도 판매 후 SW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며 "제품 개발이 마무리된 후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매 업데이트마다 점검을 하는 등 일거리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슈어소프트의 제품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자동차 기업들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차종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전환을 예고한 현대자동차는 슈어소프트의 오랜 고객이자 지분 7.3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DV 전환 과정에서 슈어소프트와의 협력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발전과 국방기술 기업들도 슈어소프트를 통해 SW의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 시장의 축소로 관련 매출이 감소했지만 올해부터 관련 사업에 활기가 돌고 있는 만큼 매출도 커질 것이라는 게 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올 상반기부터 원전 관련 사업에서 수주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2~3년 이상의 긴 흐름으로 진행되는 만큼 올해 턴어라운드가 일어나 내년부터는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어소프트의 최근 사업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32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7%, 18.6%의 성장을 이뤘다. 올해 반기에도 매출액 383억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72.3% 성장했다. 별도 기준 실적이 상승한 데다 지난해 인수한 빅데이터 기업 모비젠이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매출 규모가 커졌다.

배 대표는 "SW 기업의 경우 여타 업종에 비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높이 평가받곤 한다. 이런 기대치를 위해서라도 슈어소프트는 매년 매출 성장률 20%, 영업이익률 2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적으로 증명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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